독일 뮌스터 차량돌진…무방비 군중 노린 공격에 또 속수무책
'로테크' 테러 원천 봉쇄 불가능 드러나…지구촌 공포 커질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무방비 상태로 일상을 즐기던 시민들을 노린 '소프트타깃 공격'에 또 유럽에서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독일 일간 빌트 등에 따르면 7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북서부 도시 뮌스터의 구시가지의 키펜케를 광장의 보도로 트럭 1대가 돌진해 현재까지 범인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6명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져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이슬람 극단주의 동조자에 의한 테러 공격이 아니라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자국 시민이 저지른 일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긴 하지만, 이번에도 일상의 필수품으로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트럭에 무고한 시민들이 속수무책 희생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다.
주말을 맞아 도심을 한가롭게 걷거나, 인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봄볕을 즐기던 시민들은 갑작스럽게 돌진해온 트럭에 영문도 모른 채 변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트럭 등 차량이 이슬람 극단주의 동조자 등 정치적 동기를 지닌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정신이상자나 사회 불만 세력 등에 의해서도 무차별적인 살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인 니스 해변에서 이슬람 테러리스트에 의해 발생한 트럭 공격으로 최소 84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일어난 이래 트럭은 서방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주요 테러에서 핵심적 살상 도구로 등장해 왔다.
차량 공격은 특별한 기술과 자금이 없어도 가능한 '로테크'(low-tech) 테러로 운전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차량을 빌려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범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돼 왔다.
12명이 죽고, 48명이 다친 2016년 12월 19일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한 작년 4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 쇼핑가 테러 역시 대형 트럭이 흉기로 동원됐다.
5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친 작년 3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테러, 작년 6월 런던 브리지 테러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승합차가 사용됐다.
작년 8월 스페인 최대 관광지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보도를 덮친 테러범들의 밴 차량도 13명을 숨지게 하고, 100여 명을 다치게 하는 참극을 연출했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도 작년 10월 뉴욕 맨해튼 인근에서 테러범이 모는 소형 픽업트럭이 자전거 도로로 돌진, 8명이 죽고, 최소 12명이 다친 바 있다.
유럽과 미국 주요 도시 상당수는 차량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소프트타깃 테러가 확산하자 다중 밀집 지역 입구에 차량 진입 차량용 말뚝(볼라드)과 대형화분 등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그러나, 사실상 일상의 필수품인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천 봉쇄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이탈리아 로마의 경우에도 부활절을 앞두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위협이 고조됐던 지난 달 말 도심에 대형차량 진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군경을 동원해 경계를 강화했으나, 도심 상가에 물품을 납품하려던 터키 출신 운전사가 모는 트럭이 도심에 유유히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해당 차량 운전사가 단속 사실을 알지 못해 실수로 도심 통제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되며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그쳤으나, 현지 언론은 만약 의도를 지닌 테러범이 차량을 몰고 들어온 것이었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한, 이번에 테러가 일어난 뮌스터처럼 관광객의 주된 행선지가 아닌 소도시들은 상대적으로 테러 위험이 크지 않다는 판단 아래 지금까지 테러 방비에 좀 더 느슨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차량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지구촌의 공포와 불안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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