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또 '피의 금요일'…7명 사망·408명 부상(종합3보)
6주 예고된 '땅의 날' 저항서 지난달말 이어 두번째 큰 희생
내달 계획된 미대사관 이전으로 유혈충돌 계속 전망
(카이로 제네바=연합뉴스) 노재현 이광철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또다시 '피의 금요일'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간 보안장벽 인근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충돌로 팔레스타인인이 7명이 숨지고 408명이 다쳤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밝힌 것으로 AFP 통신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연합은 성명을 통해 언론인 최소 6명이 총격을 받아 다쳤다고 말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 2만명(이스라엘 추정)이 이날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돌을 던지면서 가자지구 보안장벽에 접근했다.
시위대가 불에 탄 타이어로 연기를 피운 것은 이스라엘 저격수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서다.
현장이 검은 연기로 뒤덮인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은 실탄과 최루가스 등으로 진압했다.
이스라엘군은 시위대가 장벽을 무너뜨리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희생자 규모는 지난달 30일 시작된 팔레스타인인의 '땅의 날'(Land Day) 저항 이후 두 번째로 크다. '땅의 날'은 1976년 3월 30일 이스라엘의 영토 점거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이스라엘군의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기리는 날이다.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시위에 참여한 팔레스타인인 18명이 숨지고 1천40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보안장벽을 뚫고 '테러리스트들'을 이스라엘 영토 안으로 보내려고 시도한다면서 장벽 접근 시 실탄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공휴일인 금요일에 합동예배를 마친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세로 평일보다 규모가 컸다.
6주간으로 예고된 이번 '땅의 날' 저항 과정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014년 4~6월 불거진 가자지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팔레스타인인이 2천100명 이상 숨지고 이스라엘 측에서 군인 60여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다음 달 계획된 미국대사관 이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유혈충돌이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내달 이스라엘의 건국 70주년(5월 14일)에 맞춰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계획이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성지이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자국 수도로 여기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미국대사관 이전이 예루살렘을 국제도시로 규정한 유엔 결의를 위반한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유혈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무기사용 자제 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스라엘군의 과잉 진압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스라엘군이 시위대에 무기사용을 자제하도록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트로셀 OHCHR 대변인은 "무기사용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무기사용은 고의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으로 전시 민간인 보호를 규정한 제4차 제네바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비판했다.
제이슨 그린블랫 미국 백악관 국제협상 특사는 이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경계) 완충 지대 500m 밖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도 국경 장벽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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