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스타필드·이마트 매장 잇단 사망사고에 '당혹'
마트산업노조 "정용진이 사과해야"…정 부회장은 '침묵'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신세계그룹이 최근 한 달여 사이 스타필드와 이마트 등 자사 유통매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망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최초 35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좋아진 기업 이미지가 일시에 허물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51%의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에서는 지난 2월 19일 한 유아복 입점업체 매니저 A씨(50)가 매장 내 재고창고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하루 동안 간신히 호흡만 이어오다 이튿날 결국 숨졌다.
A씨는 평소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스타필드 매장에서 일하면서 과로와 매출부진 등에 따른 고민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이마트 도농점에서 재하청업체 직원이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마트 재하청업체 직원 이 모(21) 씨는 무빙워크 점검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작동된 기계 아래 좁은 틈새로 빠졌다. 기계에 몸이 끼인 이 씨는 약 한 시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 씨가 속한 업체는 이마트의 시설 점검 등을 담당하는 A업체와 재하청 계약을 맺고 주로 무빙워크 안전 점검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밤 10시 30분께 이마트 구로점에서는 계산 업무를 하던 직원 권모(48·여)씨가 돌연 쓰러졌다.
10년 차 직원인 권 씨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졌고, 10분여 만에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마트산업노조는 권 씨가 쓰러졌을 당시 주변에 안전관리요원이 없었고, 관리자는 현장에 있었지만 허둥지둥할 뿐 괴로워하는 권 씨에게 조치한 것은 몸을 주무르는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10분의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회사 측의 미숙한 대처로 이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런 지적에 대해 현장에서 계산원들을 관리하는 총관리자가 즉시 119에 신고했고, 계산대 옆에서 대기하던 보안요원이 권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며 응급구호에 나선 안전관리요원이 없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이마트가 구로점 앞에서 시위를 벌인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하면서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마트산업노조는 신세계그룹의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평소 활발한 대외소통으로 유명한 정 부회장은 잇단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 매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3건의 사고가 성격이 다르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정 부회장이 사과를 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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