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높은 탑들이 즐비해 '중세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주의 고도 산 지미냐노의 중세 성벽 일부가 무너져 이탈리아 문화재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13세기에 축조된 산 지미냐노의 6m 높이의 성곽 일부가 지난 3일 붕괴돼 인근 산책로를 덮쳤다. 사고 직후 지역 소방대원들은 희생자 파악을 위해 탐지견을 동원해 돌무더기 사이를 수색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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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붕괴는 최근 이어진 잦은 비로 성벽의 기저부가 약해지며 초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역 당국은 밝혔다.
엔리코 로씨 토스카나 주지사는 4일 산 지미냐노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도시의 보존을 위해 신규 재원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문화부도 무너진 성벽 복구 비용으로 30만 유로를 긴급 할당했다.
하지만, 자코모 로씨 산 지미냐노 시장은 "중앙 정부의 예산 삭감 때문에, 산 지미냐노의 취약한 건축물들을 제때 보수할 수가 없었다"며 "이번 일은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중앙 정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2014년에도 에트루리아 시대에 형성된 인근 도시 볼테라에서도 성벽 일부가 붕괴되는 등 토스카나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사고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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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산 지미냐노는 중세 시대 앙숙이었던 구엘프와 기벨린 가문이 경쟁적으로 높은 성곽과 탑을 짓기 시작하면서 한때 높이 70m에 달하는 탑이 70여개까지 늘어났고, 현재까지도 수 십 m에 달하는 13개의 탑이 우뚝 솟아 있어 '탑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해마다 3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몰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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