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묘지난 갈수록 심각…"죽을 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5일 중국의 전통명절인 청명절(淸明節·칭밍제)을 맞아 베이징에 거주하는 왕(王)모씨는 일가친척의 묘를 쓴 허베이(河北)성의 능원으로 성묘를 왔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연로하신 부모님 사후를 대비해 묘지를 준비하려하지만 아직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묘지 구하는 일이 점점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 주변의 묘원은 공급이 거의 중단상태에 있고 가격도 천정부지다.
5일 왕이망에 따르면 중국 최대 장례업체인 푸서우위엔(福壽園)은 지난달 19일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묘지 판매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묘지 단가는 8만7천 위안(1천500만원 상당) 에서 10만2천 위안으로 17%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을 웃도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살아서는 방 한칸 장만하기 힘들고 죽어서도 1㎡의 묘지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탄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의 묘지 가격은 1㎡당 평균 6만 위안에 이르고 베이징 근교는 3만 위안에서 도심에 가까운 6환(環)이내는 6만 위안 선이다. 조금 호화로운 능원의 경우 십수만 위안에서 수십만 위안으로 뛰어오른다. 여기에 장례비나 묘지 관리비 등을 감안할 경우 몇배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묘지 가격이 이처럼 치솟는 것은 기본적으로 묘지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베이징 공동묘지는 최근 10년래 한뼘의 땅도 추가로 공급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 민정부가 발표한 '중국장례사업발전보고(2012∼2013년)'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도시의 현재 묘지는 10년내 사용이 완료된다. 더이상 묻힐 땅이 없다는 의미다.
묘지 공급난에도 향후 중국에서 장례 사업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자연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중국의 사망자 수는 현재 1천만명 내외다. 이런 이유로 푸서우위엔은 중국 묘지 가격이 향후 더 오를 공간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묘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토지공급 제한이라는 원인 외에도 정부가 공급자이면서 관리자 역할을 하는 탓에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요인도 있다.
민간업자들이 장례사업에 진출하려해도 문턱이 높다. 심사와 등록절차가 복잡해 중국 전역의 장례식장의 80%가량이 정부 사업 단위에 소속돼있다.
최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한 대형 능원은 언론매체에 "당신의 묘지가 이미 연체되고 있다"는 공고를 냈다. 묘지사용 기한이 이미 넘었으니 이른 시일 내에 추가 관리비를 내라는 독촉문이다.
베이징의 바바오산(八寶山) 인민공원묘지에는 6만여개의 무덤이 있다. 이들 가운데 현재 사용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묘지가 절반 이상이고 임대를 연장한 묘지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례업체들이 판매하는 것은 묘지의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이며 기한은 20년이다. 20년을 사용기한으로 정한 것은 20년을 한 세대로 간주한 때문이지만 토지사용의 효율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후에 비용을 추가로 납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명문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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