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작용제 분석한 연구소 "소스 확인 못했다…다만 국가기관 능력에서만 가능"

(런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황정우 기자 =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를 분석한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가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 제조는 "국가기관의 능력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신경작용제를 분석한 포튼 다운에 있는 DSTL 게리 에이킨헤드 소장은 3일(현지시간) 현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이 노비촉이며, 군사용 신경작용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확한 소스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부에 과학적 정보를 제공했고 정부는 다른 여러 정보와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에이킨헤드 소장은 이 노비촉이 어디서 만들었는지를 파악하려면 다른 정보들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정보당국의 정보들이 그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일은 이 신경작용제가 뭔지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지 그것이 어디서 제조됐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디서 제조됐는지를 파악하려고는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들려면 지극히 정교한 수단들, 국가기관의 능력에서만 가능한 어떤 것"에 해당하는 물질이라는 점은 확인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고국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노비촉에 노출돼 쓰러진 것으로 확인되자 영국 정부는 암살 시도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관련 기밀 정보들을 동맹들에 제공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25개국이 스파이로 의심되는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50여명을 추방하는 단일한 대러 제재에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가 범행에 사용된 노비촉을 제조했음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에이킨헤드 소장의 인터뷰가 알려진 뒤 조심스러운 반응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 부의장단 일원인 아르민 라셰트는 동맹들에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설득하고 나선 영국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한 회원국이 거의 모든 나토 회원국들에 연대를 강요하려면 어떤 특정한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러시아에 대한 생각과 상관없이 내가 배운 국제법은 내게 다른 나라들을 다루는 다른 방식을 가르쳤다"며 비판했다.
다만 그는 이전에도 '러시아를 맹비난하는 것'을 비판한 인물이라고 더타임스는 소개했다.
한 영국 내각 각료는 영국국방과학연구소에 대해 "그들의 과학적 업무에는 만점을 주겠지만, 오늘 설명에는 낮은 점수를 주겠다. (영국 정부에) 분명히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솔즈베리를 지역구로 둔 집권 보수당 존 글렌 하원의원은 이날 인터뷰가 러시아의 선전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노비촉 제조의 정확한 소스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반(反) 러시아 캠페인이 시작된 속도는 어리둥절함을 낳는다"고 또다시 공세를 폈다.
러시아는 스크리팔 사건 개입설을 줄곧 부인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심지어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Brexit)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영국 정보기관이 개입해 저지른 일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에이킨헤드 소장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자 영국 정부는 인터뷰가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에 즉각 나섰다.
정부 대변인은 "DSTL의 분석은 큰 그림의 일부분이다. 러시아가 이런 뻔뻔하고무모한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게 우리의 평가다. 국제사회가 동의하듯 (러시아 책임외에) 타당하다고 생각할 만한 다른 대안은 없다"며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제 화학무기 감시단체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최고집행위원회 회의 소집을 요청하자 영국 외무부는 "OPCW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약화하려는 러시아의 또 다른 견제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OPCW 조사관들은 지난달 중순 영국에 도착, 이번 사건에 사용된 독극물 샘플을 확인하는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해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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