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멕시코 대선후보, 나프타 협박 트럼프에 "인형노릇 안해"
보수야당 후보도 "상호존중 새관계 필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의 대선 유력 후보들이 멕시코 국경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을 연계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 반발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도좌파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당의 대선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1일(현지시간) 미국과 국경이 접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열린 대선출정 집회에 참석, "당선된다면 멕시코와 멕시코 국민은 어떤 외국 정부의 피냐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피냐타는 중남미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아이들이 파티 때 눈을 가리고 막대기로 쳐서 넘어뜨리는 장난감과 사탕이 가득 든 통이나 인형을 말한다. 자신이 당선된다면 멕시코가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인형 노릇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르바도르는 "우리가 미국 정부를 매우 존중하겠지만 미국 역시 멕시코인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장벽이나 힘의 사용으로는 치안 문제나 사회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을 막지 않으면 나프타를 폐기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
일명 암로(AMLO)로 불리는 오브라도르는 오는 7월 1일 실시될 대선에서 40% 넘는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당선되면 부패와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민심의 외면을 받는 중도우파 여당인 제도혁명당(PRI)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오브라도르는 나프타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나프타 재협상에서 이민과 임금 문제를 새로 다뤄야 하며 재협상 합의를 대선 이후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로 대선 지지율 2위를 달리는 보수 국민행동당(PAN) 후보인 리카르도 아나야도 서부 할리스코 주 산후안 데 로스 라고스 시에서 열린 대선 집회에 앞서 "우리는 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도 강하고 위엄있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상호존중과 공유된 책임으로 이뤄진 새로운 관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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