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10년 방황에 종지부 찍다
한때 업계 1위…워크아웃·매각불발에 청산 위기까지 겪어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금호타이어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조합원 투표를 1일 가결하면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한때 국내 타이어업계 1위였던 금호타이어는 경영 악화로 처음 워크아웃을 신청한 2009년부터 10여 년간 굴곡진 세월을 보냈다.
새 주인을 찾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으나 결국 법정관리(회생절차)와 청산이라는 벼랑 끝에서 더블스타의 손을 잡는 쪽으로 구성원들의 뜻이 모였다.
◇ 2006년부터 쇠락의 길 걷다 워크아웃
금호타이어 위기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일원이던 금호타이어는 당시 내부유보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해 대우건설 지분을 무리하게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차입금은 급격히 늘어났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금호타이어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직격탄이 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며 원재료 값이 급등했고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 물량이 급감하면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워크아웃 시행 직후에는 금호가(家) 오너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의 갈등이 시작돼 이른바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금호타이어는 이후 박삼구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보유하게 됐으며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았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에도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2011년 '금호타이어가 불량 고무를 사용했다'는 중국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의혹 제기로 인해 추락한 이미지가 수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못한 데다,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난징 공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다.
끊이지 않는 노조의 파업도 회사에 타격을 줬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워크아웃 기간에도 파업을 벌였고 워크아웃 졸업 이후인 2015년에는 무려 39일간 장기 파업했다. 그해 회사는 1천5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봤다.
◇ 채권단 vs 박삼구 갈등에 얼룩진 1차 매각
2016년 9월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을 개시했다.
본입찰에는 더블스타,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등 중국의 3개 업체만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때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던 박삼구 회장이 권리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무적·전략적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인수전에 참여해야 했던 박삼구 회장은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채권단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박 회장 측은 매각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채권단과의 갈등 끝에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박 회장은 이후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에 협조하지 않는 등 인수 협상 자체가 무산되길 노렸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1년 가까이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의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회사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작년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자 더블스타는 매각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블스타로의 매각만이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한 채권단은 매각 가격을 기존 9천50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깎아줬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실적이 계속 악화하면 매각 가격을 800억원 더 인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달라고 추가로 요구한 것이 문제가 돼 결국 작년 8월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자구안을 받았으나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 지난해 9월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함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을 떠났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퇴진하면서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고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 돌고 돌아 결국 더블스타
채권단은 올해 1월 외부 자본유치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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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을 연장해주면서 노사 합의로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을 마련할 것을 금호타이어에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임금동결 및 삭감, 복리후생 항목 축소 등을 담은 자구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부실경영을 해놓고 근로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이달 초에는 채권단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노조는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기술력 탈취와 수년 뒤 국내 공장 문을 닫고 발을 빼는 이른바 '먹튀'가 우려된다면서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더블스타 회장이 지난 21일 직접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어 먹튀 가능성을 일축하고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했지만, 노조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이 있다는 노조 주장이 나오면서 사태가 급변하는 듯했다.
노조는 인수 의지를 밝힌 다수의 국내 업체가 있다면서 공개 매각을 새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전에 본사를 둔 중견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와 'S2C 케피탈'이라는 이름의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자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외에 다른 인수 후보는 없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면서 노조를 계속 압박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청와대까지 압박에 가세하고 여론마저 등을 돌리자 노조는 채권단이 노사 합의 마지막 시한으로 정한 30일 자정을 불과 3시간여 앞두고 더블스타 자본유치에 합의, 1일 조합원 투표까지 마무리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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