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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통영 돌아온 윤이상…'국민 작곡가'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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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통영 돌아온 윤이상…'국민 작곡가'로 기억되길"
베를린서 통영으로 유해 옮긴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통영=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4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담긴 단지를 부인인 이수자(91) 여사에게 건넸는데,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내가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죠."
지난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만난 플로리안 리임(50)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내가 만일 한국 사람이었다면 유해를 옮겨오는 과정이 훨씬 복잡했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편견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윤이상을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향 땅 언덕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묻히고 싶다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유해가 지난달 25일 고향 통영으로 돌아왔다. 1995년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타계해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힌 지 23년 만의 귀향이다.
리임 대표는 유해가 담긴 단지를 기내용 가방에 넣어 베를린에서 통영까지 직접 옮긴 인물이다. 지난해 8월 유족들의 이장 제안에 재단과 통영시는 청와대와 베를린시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고, 지난달 베를린 현지에서 열린 관계 기관 회의에서 리임 대표가 직접 유해를 나르는 방식이 결정됐다. 베를린에서 출발한 그는 핀란드 헬싱키, 일본 도쿄를 거쳐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애초에는 운송 전문 업체에 맡겨 선박으로 운송하는 방식 등이 고려됐지만 제가 직접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결론이 바뀌었습니다. 이 음악가를 배로 모셔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생각과 분실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사람이 직접 들고 오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 등이 작용했어요. 물론 이런 방식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항공법도 많이 공부했죠. 실제 항공사들이 여러 차례 이 단지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사망 증명서와 주독 한국대사관에서 준비해준 서류 등으로 별문제 없이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었어요."


그가 남북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푸른 눈의 독일인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리임 대표는 첼로와 예술경영을 공부한 뒤 세계 각국의 콘서트홀을 운영한 경력을 지닌 인물. 2014년 국제 공모를 거쳐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무엇보다 "윤이상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을 근거지로 음악 활동을 한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다.
재독 동포 오길남에 대한 탈북권유 논란, 북한 정권의 윤이상 추대 등까지 겹쳐지며 그의 음악은 한국 땅에서 연주되기조차 쉽지 않았지만, 나라 밖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 음악가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 방문 일정 중 윤이상 묘소를 참배하고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를 묘비 앞에 심으면서부터 그의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이상 관련 단체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렸던 걸 생각해보세요. 물론 오늘 열린 추모식 주변에서도 유해 이장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자유 국가에서 다른 의견들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윤이상의 진정한 복권을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이상은 한국에서 태어난 음악가 중 최초로 국제적 명성을 획득한 인물입니다. 각 시대와 나라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들이 많은데 윤이상도 그에 필적할만한 작품들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국민 작곡가'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개막 공연에서 연주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는 가장 충격적이고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곡입니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그의 연주를 많은 분이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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