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수거' 와글와글…"컵라면 용기 씻어야?" "덜 쓰자"
"원래 그렇게 해야하는 것 반성"…"그래도 너무 불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당장 4월부터 비닐이나 스티로폼은 재활용품으로 받지 않겠다고 공지된 후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관련법에 따라 올바른 재활용법만 지킨다면 문제없이 재활용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재활용이 '너무 번거롭다'는 의견부터 '그동안 너무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했고, 재활용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반성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활용품을 사서 중국에 수출하던 업체들이 가격 급락을 이유로 수거를 안 하기로 한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주부 이 모(53) 씨는 "돈이 될 때는 서로 가져가려던 재활용업체들이 이제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을 뗀다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아파트에서도 최소한의 안내 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공지를 해 당황스럽다"고 성토했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재활용을 계도하려고 배포한 재활용 방법도 너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보낸 관리 지침은 ▲ 비닐류는 깨끗한 것만 모아서 투명 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 음식물 등 이물질로 오염돼 제거가 힘든 비닐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하며 ▲ 스티로폼은 상자의 경우 테이프나 운송장, 상표 등을 제거한 뒤 깨끗한 상태로 배출해야 하고 ▲ 컵라면 용기나 음식물 포장재는 깨끗하게 씻은 상태로 배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회사원 정 모(35) 씨는 "제대로 된 재활용 방법을 보면 컵라면 용기까지 씻어서 버리라고 하더라. 음식물이야 다 비울 수는 있지만 씻어서 버리기에는 너무 불편함이 크다"며 "비닐도 깨끗이 씻어서 버려야 한다면 누가 제대로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재활용에 대한 시민의식이 너무 낮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활용하기 위한 일차적인 처리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하지 않으니 업체들로서도 곤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오 모(32) 씨는 "이번 주 초에 아파트 게시판에서 관련 공고문을 봤다"며 "처음에는 갑자기 재활용을 안 받겠다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해 업체를 욕했지만 내막을 알고 보니 그동안 우리 시민의식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오 씨는 "최소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각자 처리해서 버려야 하는데도 더러운 물품들을 그대로 재활용함에 버리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 모(29) 씨는 "오히려 비정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우리 집에서는 비닐도 씻어서 버려왔다"며 "내용물이 그대로 들었는데도 재활용함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참에 재활용품 사용을 확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아이디 'kwon****'를 사용하는 네이버 이용자는 관련 기사 댓글로 "마트에서 플라스틱 포장을 덜 했으면 좋겠다"며 "포장이 깔끔한 것도 좋지만, 마트만 다녀오면 재활용 쓰레기가 한가득 남는다"고 남겼다.
아이디 '산삼***'를 쓰는 다음 이용자는 "이 기회에 비닐, 플라스틱 줄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며 "바다로 간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입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이디 'cou****'은 "스티로폼은 부피도 크고 환경에도 나쁘다고 하니 줄이긴 해야겠지만 보온·보냉이 필요한 신선식품을 배달 받을 때 어떤 대안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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