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가 '독립군'처럼 묘사되길 원치 않아요"
작가 은유가 만난 열 명의 젊은 출판인…'출판하는 마음' 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1인 출판사 세 곳이 내놓은 '아무튼' 시리즈는 지난해 온라인과 출판가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서로 다른 출판사가 콘셉트와 문고본 판형, 가격을 공유하는 실험을 제안한 이는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다.
그는 대기업 퇴사 후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하다 서른둘에 출판인이 됐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다 하니 조직 내 위치가 애매했고, 독립을 결심했다. 다른 업종보다는 출판사가 낫지 않겠느냐고 아내를 설득해 연 것이 코난북스다.
신생 1인 출판사다 보니 저자 섭외는 녹록지 않다. 일의 전체 프로세스를 장악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영업·관리는 기획·편집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그래도 단행본 출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용케 찾아내 의미 있는 책들을 만들어 왔다.
3년을 버티는 데 성공한 이 대표는 1인 출판사가 '독립군'처럼 묘사되길 원치 않는다. "서점에 가면 제 책이 문학동네 책이랑 똑같이 경쟁하잖아요.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죠. (중략) 저는 큰 데만큼은 잘 못 팝니다만 하실래요? 그래요. 나의 책을 딛고 가라, 얘기하는 거죠. " 프리랜서 작가들, 예술가들이 코난북스의 책을 디딤돌 삼아 잘 되는 것이 이 대표가 꿈꾸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출판하는 마음'(제철소 펴냄)의 작가 은유가 만난 열 명의 젊은 출판인 중 한 사람이다. '쓰기의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내며 출판을 경험한 저자는 다양한 직군의 출판인들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김민정·이환희, 번역자 홍한별, 북디자이너 이경란, 저자 김경희, 서점 대표 정지혜, MD 박태근, 출판마케터 문창운, 제작자 박흥기 등이 자신의 책이 '세상에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저자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장사'라는 말이 유독 귀에 박혔다고 했다. "떡볶이 장사, 과일 장사 할 때 그 장사. 책 장사. 어떤 책이 떡볶이나 과일처럼 '확실히' 영혼을 배 불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털어버릴 좋은 기회였다."
출판하는 사람들의 마음뿐 아니라, 우리가 무심하게 집어 드는 책 한 권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지를 들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344쪽. 1만6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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