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대선 앞둔 브라질에 급진주의 경계령 "민주주의 위기"
룰라 정치투어 버스 총격 파문…전문가들 좌-우파 정치세력 대화 촉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 정치권에서 급진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좌파 노동자당(PT)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치투어 버스 행렬이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좌-우파를 막론하고 폭력을 동반한 급진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대선을 앞두고 갈수록 고개를 드는 정치적 급진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 가톨릭대학(PUC)의 루이스 플라비우 사포리 교수는 "각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정치세력들은 폭력적 행위를 거부한다는 공동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학자인 레오나르두 아브리체르는 정치세력 간의 대화 단절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면서 "민주주의는 좌파와 우파가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성공적으로 대화할 때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 버스 행렬을 향한 총격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상파울루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FGV)의 마르쿠 안토니우 테이셰이라 교수(정치학)는 "이번 사건은 한 명의 대선주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사건이 재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열흘간 남부지역 주요 도시를 찾아가는 정치투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난 27일 밤 남부 파라나 주(州) 케다스 두 이과수 지역에서 룰라 전 대통령 일행을 태운 버스 3대 가운데 2대가 4발의 총격을 받았다. 총격으로 버스 타이어가 터지고 유리창이 깨졌으나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룰라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총격을 피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으며, 치안 행정을 총괄하는 하울 중기만 공공안전부 장관은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여론조사에서 견고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며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의 거취는 올해 대선에서 최대 변수로 꼽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말 2심 재판에서는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2일 11명의 대법관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열어 룰라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다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연방대법원은 다음 심리가 열릴 예정인 4월 4일까지 룰라 전 대통령을 체포·수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역연방법원은 지난 26일 열린 항소심에서 판사 3명 전원의 찬성으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2심 재판 형량을 확정했다. 항소심 패배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의 신병과 대선 출마 문제는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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