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즈는 없나요?"…국내 의류, '특대' 찾기 여전히 어려워
비만 인구 27.5%에도 상의 110(XXL)· 하의 38 최대
일본, XS부터 XXXXL까지 다양한 크기…미국, '빅앤톨' 별도 생산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봄이 다가오면서 간절기용 아우터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간 A씨는 5번째 매장을 나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디자인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맞는 사이즈만을 찾아 돌아다녔으나, 유일하게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이 나온다는 브랜드에서는 그 사이즈가 이미 품절됐다고 A씨에게 말했다.
A씨는 "보통 115, 혹은 120 사이즈를 입어 기성복에서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어렵다"며 "티셔츠나 바지 등은 해외 직구를 하지만, 아우터는 고가라 AS가 가능한 국내 브랜드를 입어보고 사고 싶어 백화점까지 왔는데 역시나 사이즈가 없다"고 호소했다.
국내 비만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나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을 넘어섰지만 기성복 사이즈의 초점은 날씬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31일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율(자가보고)은 27.5%로, 10년 연속 증가했다.
국내 인기 패션브랜드에서 나오는 가장 큰 사이즈는 대체로 남성의 경우 상의는 110(XXL), 하의는 38이다.
여성 브랜드의 경우 55 사이즈(S·90)와 66 사이즈(M·95)밖에 나오지 않는 등 제한적인 경우가 많지만, 남녀공용 브랜드라는 대안이 있어 남성 '빅 사이즈' 소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선택권이 넓은 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는 115(XXXL)까지 나오는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와 갤럭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105(XL) 혹은 110(XXL) 사이즈가 최대다.
하의는 제일 큰 사이즈가 39다.
LF는 닥스의 남성 상의가 115까지 나와 가장 크다. 하의는 39∼40까지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남녀공용 브랜드인 디자인 유나이티드의 상의가 110(XXL)까지 나온다. 하의는 38이 제일 크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상의 최대 사이즈가 105고, 일부 브랜드만 110까지 나온다.
30∼40대를 타깃으로 한 타임 옴므·시스템 옴므 등을 전개하는 한섬의 경우 남성은 상의 최대 사이즈가 105, 하의는 3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의 사이즈도 비슷하다.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K2 등은 상의를 110(XXL)까지 판매하고 간혹 115(XXXL)까지 출시한다.
115는 소량 생산해 손님이 몰려 금방 동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가 일부 상품에서 각각 120(XXXXL), 125(XXXXXL) 사이즈를 생산한다.
코오롱스포츠는 "7∼8년 전 빅앤스몰 사이즈가 이슈가 돼 전략상품에 한해 85부터 120사이즈를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성복 판매장에서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하는 '빅 사이즈' 소비자들은 큰 옷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 혹은 온라인몰이나 해외 직구에 기대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원래부터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생산하고 있고, 점점 사이즈를 다양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체들은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인기 좋은 사이즈만을 수입해 판매한다.
비만율이 높은 미국의 브랜드 폴로의 경우 아예 빅앤톨(big and tall)이라는 라인을 따로 생산한다.
여기서는 상의 4XB 사이즈가 나오는데, 티셔츠 기준 총 길이 80㎝ 이상, 가슴 단면 80㎝ 이상, 어깨너비 60㎝ 이상으로 국내 평균 XXXL 사이즈와 비교하면 10∼40㎝가량 크다.
바지도 48 사이즈까지 나오는데 허리 둘레가 120cm로, 47인치에 달한다.
갭에서는 상의가 XXXL 사이즈까지 나오는데 한국 XXXL과 차이가 크다.
갭 XXXL의 가슴둘레는 티셔츠 기준으로 대략 140㎝ 정도 되지만 국내 의류는 115∼120㎝에 그친다.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온라인 스토어에서 XS 또는 XXXXL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판매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계의 장기 불황으로 소량 생산이 트렌드가 됐다"며 "찾는 이들이 많은 평균 사이즈 위주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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