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맞은 제주 4·3…평화와 화해의 가치 알려지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들판에 붉게 붉게 꽃이 핀다네/ 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타다 붉은 꽃 되었다더라"
'애기 동백꽃의 노래' 가사에는 하얀 눈에 툭 떨어진 빨간 동백꽃이 등장한다. 설상 동백은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상징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 4·3사건이 7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30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전시장 입구에는 애기 동백꽃의 노래가 흐른다.
제주 4·3사건은 제주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펼쳐진 비극이었다. 이념 갈등이 폭발하고 정부의 과잉진압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4·3사건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에 달하는 2만5천∼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획자인 이명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가 화해와 치유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관련 사료와 희생자 유품은 물론 현대 미술 작품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그에 비해 잔인하고 자극적인 사진은 거의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용석 학예연구관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제주 4·3사건을 알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되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3사건은 여전히 쟁점이 있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4·3이 제주만의 아픈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은 4·3사건 전후에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일을 시간순으로 둘러보도록 꾸며졌다.
제1부 '저기에 있는 봄'은 일제강점기 저항과 광복, 경제난을 설명하고, 제2부 '흔들리는 섬'에서는 4·3사건의 도화선 역할을 한 1947년 3·1사건과 총파업, 1948년 4·3 봉기를 조명한다.
이어 제3부 '행여 우리 여기 영영 머물지 몰라'에서는 계엄령 선포 이후 이뤄진 대량학살, 지역공동체 의식 파괴를 다루고, 마지막 제4부 '땅에 남은 흔적, 가슴에 남은 상처'에서는 4·3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소개한다.
전시물 중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 '수용자 신분장' 등 9건은 원본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기록물이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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