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대신 테러범 인질로 잡혔다가 순직한 프랑스경찰 장례 엄수
마크롱 대통령 "고인의 행동, 레지스탕스 영웅정신 상징" 애도
결혼식 두달 앞두고 순직해 안타까움 더해…레지옹도뇌르훈장, 1계급특진 추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에서 여성을 대신해 인질을 자처했다가 순직한 프랑스 경찰 간부의 장례가 엄수됐다.
28일(현지시간)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파리 중심가 앵발리드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주재로 고(故) 아르노 벨트람(44) 대령의 장례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사에서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그러지 못하거나 망설였을 것"이라며 고인을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한 프랑스 레지스탕스 대원들에 비유했다.
그는 "고인의 행동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정신을 상징한다"면서 "그의 희생이 프랑스인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범인 르두안 라크딤(25·사망)에 대해선 "무고한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비겁한 최후를 맞았다"고 비난하고, 프랑스 국민은 힘을 합쳐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프랑스 정부는 고인에게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추서하고, 1계급 특진을 시켜 대령 계급에 추서했다.
장례가 엄수된 파리의 군사 복합기념시설인 앵발리드 주변에 모인 시민과 군·경 수천 명도 고인을 애도하고 희생정신을 기렸다.
장례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물론,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받는 신세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벨트람 대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슈퍼마켓 인질 테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긴급대응팀의 리더로, 인질을 자청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트레브의 한 슈퍼마켓에서 인질을 잡고 있던 테러범에게 여성 인질 1명을 풀어 달라고 설득하고 자신이 대신 인질로 잡히겠다고 자청했다. 테러범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휴대한 무기들을 모두 내려놓은 채 현장에 진입, 범인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켜놓아 동료들이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경찰과 테러범의 대치가 이어지던 중 안에서 세 발의 총성이 울렸고, 곧바로 특공대가 슈퍼마켓 안으로 진입했지만, 인질로 잡혔던 벨트람 중령은 이미 범인이 쏜 총에 맞고 목을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튿날 끝내 숨을 거뒀다. 테러범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벨트람은 프랑스 최고군사학교로 꼽히는 생시르사관학교 중등과정을 마친 뒤 임관했다.
평시에는 대도시 주변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고 전시에는 군의 역할을 맡는 군인경찰대(Gendarmerie Nationale)에서 복무하는 중에 이라크 파병과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 경비 등의 임무를 맡았다.
고인은 오는 6월 동거 중인 아내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벨트람의 모친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들이 평소에도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에 대한 소명의식이 강했다면서 "인질을 자처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인경찰대 출신인 드니 파비에 예비역 장군은 BFM TV 인터뷰에서 "고인은 조국을 위해 복무하며 목숨까지 바쳤다"면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라는 명령을 넘어서 위대한 가치와 명예의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고인을 기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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