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소득 3만 달러, 가계 실질소득으로 느껴져야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3만 달러 턱밑까지 올라갔고, 올해는 돌파가 유력하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작년 1인당 GNI는 2만9천745 달러(약 3천363만6천 원)로 전년의 2만7천681 달러(약 3천212만4천 원)보다 7.5% 늘어났다. 이런 증가율은 2011년(9.6%)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을 넘어 3.1%를 달성한 데다 환율과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보태진 결과로 분석됐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목표대로 3.0% 성장을 이루고 원화가치 급락이 없으면 1인당 GNI가 3만 달러대에 무난히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전체 인구로 나눈 수치로, 한 나라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1994년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한 후 2006년 2만 달러대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2년째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해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돌파가 예상되는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의 상징으로, 그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 25개국이 이 반열에 올라 있다. 이들 국가는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3만 달러를 돌파했고,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평균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은 내년에 달성해도 3년이 늦은 셈이다.
1인당 GNI 3만 달러 돌파 전망이 반가운 소식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국민의 삶 개선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않고 삶의 수준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GNI는 가계·기업·정부 소득을 합산한 수치인데, 지난해의 경우 이중 가계 비중이 55.7%에 그쳐 2015년 57% 이후 3년째 줄어들었다.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매 분기 역성장했다가 4분기에 겨우 1.6% 성장으로 돌아섰다. 국민 대다수가 소득증가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체감실업률도 11.1%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5~29세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전년보다 0.7%포인트 오른 22.7%로 최악의 구직난을 실감하게 했다. 직장을 갖지 못한 다수 실업자에게는 성장이 남의 일로 여겨질 것이다.
성장은 우리 경제에서 여전히 중대한 과제다. 하지만 성장의 결실이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나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경제성장과 민생의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안전·보건·의료 등의 투자를 확대해 소득증가의 수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취약계층을 위해선 세제·복지 등을 통해 부족한 소득이 보전되게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성장 지속을 위해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경제를 위해 규제개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노동부문 개혁도 서둘러 산업 전반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경제 성장률 3.0%, GNI 3만 달러' 달성이 말처럼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수출이 타격을 받고 환율 변동성까지 커지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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