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과서 국정화 적극 저항 없었다…시스템 붕괴"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 "위법·부당지시 저항 법적 장치 갖춰지는 중"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역사교과서국정화진상조사위원회는 청와대의 지시로 위법·부당하게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고 28일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고석규 위원장은 조사결과 브리핑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 의뢰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기자회견 직후 수사 의뢰 권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정정했다.
다음은 조사위원들과의 일문일답.
--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가 이뤄지나.
▲ 고석규 위원장) 현재 구속돼 있고 다른 재판을 받고 있어 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래서 죄를 특정하기가 어려웠고,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위원회는 이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이 수사 의뢰 권고 대상에 들어간다고 정정함)
-- 수사 의뢰와 징계 권고 대상자가 기관별로 몇 명인가.
▲ 고석규 위원장) 수사 의뢰 대상이란 일정한 혐의가 있다고 파악된 사람들에 대해 수사해달라는 요청인데, 이 가운데는 혐의를 적시할 수 없는데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래서 수사 의뢰 대상자 모두 범법을 한 것은 아니다. 위원회가 수사 의뢰 대상으로 권고할 사람은 25명 정도, 징계 권고 대상자는 10여명 정도다.
-- 전직 장·차관도 포함?
▲ 고석규 위원장) 그렇다.
-- 청와대나 교육부가 편찬기준, 교과서 내용 수정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 김정인 위원) 청와대에서는 편찬심의회 운영·구성에 개입했고, 역사교과서정상화추진단에서는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남쪽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을 삭제하게 했다. 주로 현대사 관련해서 청와대가 수정 요구했다.
-- 국정화 반대 학자를 연구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했다는데 피해를 본 학자들이 몇 명 정도인가.
▲ 김정인 위원) 연구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하면서 연구계획서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미리 명단을 보고 (국정화 반대 학자들을) 배제했다. 변호사들은 이를 위법 행위로 본다.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국정화 찬성자가 참여했는데 그중에 1명은 본인이 낸 과제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 어떤 경로로 SBS와 교육부가 광고·협찬 계약을 하게 됐나. 방송사도 피해를 본 것이 아닌가.
▲ 고석규 위원장) 일정 부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사가 주도적으로 이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무엇인가에 대해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서 정확하게 밝힐 부분이다.
-- 국정교과서를 박근혜 청와대가 지시하고 교육부가 실행했다는 것인데 교육정책 중립성과 관련해서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를 교육부가 막아낼 수 있는 방어 기제가 없다.
▲ 고석규 위원장) 저희도 조사하면서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는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직원의 경우 국정화 관련 업무를 개인적으로 거부하는 등 소극적 저항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저항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심의·의결된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떤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조직 문화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수사 의뢰와 신분상의 처벌도 불법적 지시에 저항할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 위법·부당한 지시에 교육부가 어떻게 대처했어야 한다고 보나.
▲ 고석규 위원장) 상급자의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자리와 미래를 걸고 저항하는 것은 어렵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지시하는 사람의 올바른 지시가 우선이다. 국가 기관을 개인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것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전체 사회가 위법·부당한 것에 대해 저항할 법적 장치가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개선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 역사교육위원회 설치는.
▲ 고석규 위원장) 이념 초월해서 다양한 역사 관련 단체들이 참여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만들고 숙의를 거쳐서 합의된 결론에 도달하는 거버넌스의 역할을 기대하는 기관이다. 대선 과정에서 학계 요구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협약을 체결한 사항이다. 역사 문제는 어떤 특정 정파나 의견이 관철되는 그런 형태가 아닌, 모든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위원회를 통해 실현해보려고 제안했다. 역사교과서 편찬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않는다.
-- 관련자 징계는 언제 이뤄지나.
▲ 고석규 위원장) 감사원에 감사 청구가 됐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과정도 있으므로 징계 결정은 이런 과정이 종결된 이후 장관이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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