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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41명 포함 화재 참사에 러시아 분노·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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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41명 포함 화재 참사에 러시아 분노·애도
화재 발생지 수천 명 10시간 시위…전역서 추모 분위기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64명의 사망자를 부른 러시아 쇼핑몰 화재 참사를 놓고 러시아인들이 "총체적 부실"을 언급하며 거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방학 첫 주말을 맞아 영화관을 찾은 많은 어린이가 손 쓸 틈도 없이 희생된 데 대해 러시아 내 주요 도시들에서 수만 명이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시베리아 지역의 케메로보주 주도 케메로보에서는 27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10시간 이상 항의집회를 열었다.
러시아 방송들이 지붕이 무너지고 불에 완전히 타버린 영화관 안 등 참혹한 현장을 보여주고, 초기 수사결과 모든 출구가 막혀 있었고 이미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또 사설 경비업체 직원은 화재 발생 신고에 대피방송시스템을 아예 꺼버린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주지사를 포함한 지역 책임자들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안전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성토했다.
집회 참가자인 이고르 보스트리코프는 영화관이 완전히 타버렸다며 희생자 가족들은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도 아내와 여자형제, 2살과 5살, 7살 세 딸을 잃었다고 말했다.
보스트리코프는 "그들은 전화로 '우리는 갇혔다. 숨을 쉴 수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이 나자 모두 달아나버려 누구도 도움을 못 받았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우리는 피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린이들이 죽었고, 당신들은 그들을 돌려줄 수 없다. 우리는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 중 약 20명이 사망자들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시신 안치소로 향했으며, 그곳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케메로보에 도착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주변 임시 추모소에 헌화한 뒤 시신 안치소로 왔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케메로보 주지사의 해임을 요구했으며, 푸틴은 100명의 연방 수사팀이 허가 발급자로부터 안전책임자까지 철저히 조사하는 만큼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너무도 많은 어린이가 숨졌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터무니없이 태만하고 일을 대충대충 해 많은 사람을 잃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을 국민 추모의 날로 선포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도 임시분향소가 설치돼 시민들이 꽃이나 장난감을 놓아두며 추모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민 알렉세이 이바노프는 AP통신에 "이번 비극의 이유는 무책임과 부패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전기 합선이나 난방기에서 불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영화관 관리인은 직원 한 명이 어린이 게임방에서 불꽃이 시작돼 순식간에 고무재질의 설비를 삼키는 것을 봤다며 방화로 보인다는 주장을 폈다.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케메로보 외곽 마을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 6명은 잠겨 있는 영화관 문 앞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또 비카 포찬키나라는 이름의 소녀는 숙모에게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25일 낮 케메로보 시내의 4층짜리 쇼핑몰 '겨울 체리'에서 불이 나 영화관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있는 4층이 전소하고 3층 일부까지 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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