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에서 '리시브 퀸'으로…우승 이끈 문정원의 헌신
V리그 정규시즌 서브 리시브 세트당 5개로 1위…챔프전서도 5.692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문정원(26·한국도로공사)은 2014-2015시즌 '문라이트' 혹은 '문데렐라'로 불렸다.
'제2의 황연주'를 꿈꾸던 시기였다.
서브가 강하고, 공격에 능한 '왼손잡이 라이트'의 등장에 한국 여자배구가 들떴던 시즌이기도 하다.
2017-2018시즌, 문정원은 '리시브 퀸'으로 변신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에 중점을 둔 레프트 박정아(25)를 향했지만, 팀 내에서는 '수비형 레프트 문정원이 MVP(최우수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문정원의 헌신은 도로공사 통합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도로공사는 27일 끝난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을 시리즈 전적 3승으로 꺾고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3년 전인 2014-2015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기업은행에 3패로 물러났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었다.
두 번의 판이한 마무리. 그 안엔 '다른 얼굴의 문정원'이 있다.
문정원은 2014-2015시즌 외국인 니콜 포셋과 함께 도로공사 쌍포로 활약했다. 정규리그에서 27경기 연속 서브 득점 신기록을 세우고 팀 내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255점)을 했다.
라이트로는 이례적으로 서브 리시브에 가담했지만, 공격에 비중이 큰 선수였다.
2014-2015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도 문정원은 22점을 올렸다. 도로공사 토종 선수 중 최다 득점이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패했다.
2017-2018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문정원의 득점은 단 11개였다. 이 중 서브가 4개였다. 문정원의 챔피언결정전 팀 내 득점 순위는 9위였다.
하지만 문정원은 챔피언결정전 세트당 리시브 5.692개로, 2위 고예림(IBK기업은행, 3.5개)을 여유있게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도로공사는 문정원의 안정적인 리시브 속에 3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도 후위에서 문정원의 활약은 대단했다. 문정원은 세트당 리시브 5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2위 이재영(흥국생명, 3.805개)을 크게 앞섰다.
문정원은 V리그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세트당 리시브 5개 이상을 올린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혹독한 훈련과 과감한 결단, 문정원의 헌신이 낳은 결과다.
문정원은 비시즌 내내 혹독한 리시브 훈련을 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켜보는 사람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혹독했다.
김종민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 문정원의 리시브 능력을 크게 키우려 했다.
그리고 정규리그 초반 과감한 결단을 했다.
상대가 박정아에게 서브를 집중하면서 도로공사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3연패에 빠졌다. 김 감독은 곧바로 '2인 리시브 체제'를 가동했다.
일반적으로 3명, 때론 4명까지 리시브 라인을 두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문정원과 리베로 임명옥, 둘이서 리시브를 받는 과감한 작전을 썼다.
리시브는 잘할 때는 돋보이지 않고, 실수할 때만 두드러지는 부문이다. 하지만 문정원은 헌신했고, 2인 리시브 체제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2014-2015시즌 라이트로 활약하던 문정원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다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한 시즌을 통째로 쉰 문정원은 수비형 레프트로 자리를 바꿔 2016-2017시즌 코트에 복귀했다.
공격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그러나 리시브를 두 배 이상 하면서 문정원의 팀 내 비중은 그 이상으로 커졌다.
김종민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내 마음속 MVP는 문정원"이라고 했다. 세터 이효희는 "문정원이 임명옥과 2인 리시브 체제를 완벽하게 소화한 덕에 편하게 공을 배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에도 문정원을 칭찬하는 목소리는 줄지 않았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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