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유력' 이집트 엘시시, 최대과제는 경제 살리기
물가·실업률에 민심 악화…민주화 억압에 비판 커질 수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압델 파타 엘시시(64) 이집트 대통령의 4년 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대선에서는 다른 후보인 무사 무스타파 무사(66) '가드(내일)당'의 존재감이 워낙 작아 엘시시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의 '집권 2기'는 여러 가지 과제로 '장밋빛 미래'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과제는 경제 문제가 꼽힌다.
엘시시 대통령이 2014년 당선됐을 때 누렸던 대중적 인기는 경제 침체와 더불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집트는 2011년 시민혁명 이후 관광산업 악화 등으로 외화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가 IMF 재정 지원을 받으려고 식품, 연료 등의 국가보조금을 삭감하고 파운드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됐다.
작년 1월 물가상승률(전년 동기대비)이 30%에 육박하는 등 물가가 치솟았다.
높은 실업률도 이집트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이집트 실업률은 12% 수준인데 청년실업률(15∼29세)은 3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층에서 엘시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큰 것은 높은 실업률과 무관치 않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권 시민혁명 때 청년단체들이 시위를 주도했던 것처럼 앞으로 젊은이들이 다시 불만을 표출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엘시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군인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은 2014년 당선됐을 때 경제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었다.
엘시시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체계적인 계획이 없이 도로 건설 등 전시성 사업에 치중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그동안 테러 등 사회 불안정을 생각해 엘시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집트 국민 이합 라파트(50)는 이집트 일간 데일리뉴스 27일자 기사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생산 등에서 정체됐고 많은 실패가 있었다"며 "엘시시 대통령은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엘시시 대통령의 앞날에는 정치적 과제도 놓여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그동안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이어왔다.
2013년 국방장관으로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에 앞장섰고 반정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했다.
당시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파를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1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비판세력을 탄압하면서 이집트 민주화를 다시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위주의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완화하고 젊은층 등의 정치적 불만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한 정치분석가는 연합뉴스에 "엘시시 대통령이 계속 시민사회 세력과 야권을 탄압하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억누른다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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