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남북·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 변곡점 가져올 이벤트"
"북 화해모드 돌아선 건 핵 무장력 완성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
"미, 북에 핵·인권 모두 요구하면 수용하기 힘들 것…우선순위 둬야"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7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역사적 변곡점을 가져올 중요한 이벤트"라며 "너무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충남대에서 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과 향후 전망'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두 회담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결정적인 사건"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로 도발하고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4·8·10월 전쟁위기설이 흘러나왔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모드로 돌아선 것은 결국 핵 무장력을 완성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주장하는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최소 핵 억지력을 가졌다고 보고, 미국이 함부로 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라며 "경제발전을 함께 이뤄야 할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냉담해지니 기댈 수 있는 곳이 한국밖에 없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영남·김여정 특사를 환대해주고, 특사를 평양에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 작동했다고 본다"며 "김 위원장이 판단하기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만 핵 관련 활동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 기구에 신고하고, 사찰받고, 검증 가능한 폐기 절차를 밟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관계 개선 등을 일괄 타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이 이미 악마 국가화됐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리고 협상해야 한다"며 "미국은 핵미사일 못지않게 인권·민주주의 문제도 중요히 생각하는데 두 개를 모두 요구하면 북한이 수용하기 힘들어지는 만큼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성질이 급한 분이라 단칼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겠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걸로 본다"며 "중장기적 관점으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우리도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핵 원료인 플루토늄을 46t이나 보유한 일본도 핵무장을 한다고 할 것이고, 일본을 견제하는 중국도 핵 경쟁에 나서 동북아시아에 재앙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코리아 패싱'인데, 현재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협상 국면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두 달이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7시 대전 유성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초청 강연회'에도 참석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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