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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 산책]PGA '왼손괴짜'왓슨과 라이더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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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 산책]PGA '왼손괴짜'왓슨과 라이더컵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26일(한국시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버바 왓슨(미국)은 기자회견에서 "짐 퓨릭이 내 경기를 지켜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퓨릭은 오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미국-유럽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 미국팀 단장이다. 왓슨은 "올핸 꼭 라이더컵에 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라이더컵 출전이 대단한 영예라지만 이번 시즌에 두 번이나 우승을 거둔 특급 선수가 우승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라이더컵 출전 소망을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2년 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에서 열린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에는 왓슨의 이름은 없었다.
왓슨은 당시 세계랭킹 7위였다.
미국 대표팀 12명 가운데 왓슨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는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드 둘 뿐이었다. 그해 여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4명의 미국 대표 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다만 왓슨은 라이더컵 대표 선발의 잣대가 되는 라이더컵 포인트 9위에 그쳤다. 8위까지는 자동으로 라이더컵 대표로 선발된다.
단장이 선택하는 추천 선수 4명에도 왓슨은 끼지 못했다. 포인트 9위로 아깝게 자동 선발을 놓친 선수는 대개 단장 추천을 받아 대표팀에 합류하는 관행도 왓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가슴이 찢어진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단장 데이비스 러브3세는 왓슨을 부단장으로 뽑았지만, 선수로 뛰지 못한 실망감을 달래지는 못했다.
왓슨이 끝내 단장의 외면을 받은 건 "괴팍한 성격 때문"이라고들 수군댔다. 아닌 게 아니라 왓슨은 자신도 "남들도 소통하는데 서툴다"고 말할 만큼 성격이 괴팍하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상냥한 왓슨은 PGA투어에서는 '어울리기 어려운 인물'로 낙인찍혔다.
라이더컵은 선수 기량만큼 선수끼리 팀워크가 중요하다.
왓슨은 라이더컵에서 선수로 뛰지 못한 뒤부터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라이더컵 대표 선발 이전부터 성적이 내리막을 탔던 게 사실이고 선발 무산과 성적 하락과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공교롭게도 일이 그렇게 흘렀다.
라이더컵이 끝난 뒤 맞은 지난 시즌에 왓슨은 우승 없이 페덱스 랭킹 75위에 그쳤다. 톱10 입상은 4번뿐이었고 상금은 91위(122만달러)에 머물렀다.
이런 부진의 원인은 물론 복합적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지난 시즌에 왓슨은 건강을 상했다.
몸무게가 10㎏ 넘게 빠졌다. 장기이던 장타력도 서서히 쇠락했고 집중력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골프에 흥미를 잃었다는 게 문제였다. 성적이 나지 않자 컷 통과에 급급해 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했다. "이렇게 구차하게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가"라는 회의까지 들었다.
그는 "내 골프는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신 코스 밖 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는 '버바의 달콤 장소'라는 사탕 가게를 운영하면서 마이너리그 더블A 야구팀을 사들여 구단주가 됐다.
플로리다주 밀턴에 있는 자동차 판매법인 '샌디 앤드 버바 밀턴 쉐보레'를 지인과 함께 동업하는가 하면 256세대의 임대 주택 단지와 사무용 빌딩에도 투자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10승을 채우면 은퇴하겠다"던 말은 '농담'이라고 넘겼지만, 그는 지난해 정말 은퇴를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가족, 그리고 캐디 테드 스콧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 의논했다. 하지만 결론은 은퇴가 아니었다.
그는 "골프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PGA투어에서 어떤 선수도 해내지 못하는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샷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때마춰 건강도 되찾았다. 최고의 경기력도 돌아왔다.
제네시스오픈에 이어 델 매치플레이에서 시즌 두번째 우승을 거뒀다.
라이더컵 포인트는 저스틴 토머스, 존슨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2년 전과 처지가 달라졌다.
왓슨은 "부단장으로 참가해도 상관없지만 올해는 정말 선수로 뛰고 싶다"고 거듭 라이더컵 출전 의지를 강조했다.
왓슨은 지난해 플로리다 펜사콜라 아동 병원에 무려 160만 달러(약 17억원)를 기부한 사실을 떠올렸다.
델 매치플레이 우승으로 170만 달러(약 18억2천만원)를 받은 왓슨은 "그때 기부한 돈은 내 인생 최고의 트로피였다"면서 "이번에 받은 상금 역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유용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바닥까지 추락하던 왓슨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어쩌면 2년 전 라이더컵 대표로 선발되지 못한 아픔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이 아팠던만큼 세상 사람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공감 능력을 갖춘 왓슨은 이제 더는 동료 선수들이 꺼리는 '괴팍한 인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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