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속 밥그릇 챙기는 美자동차기업…합작의무 완화 기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무역전쟁을 기화로 기술 이전 압박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반드시 국내 기업과 합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고 무역전쟁에서 이를 바로잡는 것을 주요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중국 측이 합작기업 설립을 강요하는 데 대해 외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불만을 표시해왔다. 특히 중국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정책적 목표로 삼고 있는 자동차 부문에서는 원성이 자못 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 배터리, 연료 전지를 포함한 신에너지 자동차(NEV) 제조기술의 개발을 도모하면서 기술 이전 압력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승용차 부문에서 외국 기업들의 합작기업 지분을 50%로 제한하는 법규를 당장 완화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우선 상용차를 대상으로 지분 한도를 폐지하고 추후 승용차로 확대하는 단계적 조치를 밟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보고 합작기업 설립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테슬라는 기술 이전을 우려해 지금까지 현지 공장 설립을 피해왔다.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의무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토록 하고 있는 데 대해서 만큼은 소리 높여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수요가 미진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상하이를 방문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자유롭게 시장 수요에 대처해야 하며 자체적인 일정표에 따라 전기차를 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이지만 중국에서 상당량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GM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천만 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400만 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포드의 글로벌 판매실적은 660만 대이고 중국 판매 실적은 120만 대였다.
GM과 포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포드는 "양국 정부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고 GM은 "양국 정부가 세계 양대 시장에서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논평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GM과 포드의 중국 시장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국 현대차의 지난해 중국 판매실적은 34%나 줄어든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여타 부문에서도 합작기업 설립을 강요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고 투자 지분도 50%로 제한을 받았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기업과 합작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측 인력을 대상으로 복잡한 기술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를 교육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기밀을 노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합작만이 유일한 기술 이전의 압박 수단은 아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중국 측이 미국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과는 달리 반도체 기업들은 합작기업을 설립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반도체 부문의 외국 기업에 열을 올리는 추세이며 미국 무역대표부도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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