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콜록콜록'…미세먼지로 병원마다 환자 가득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주말 내내 호흡기 환자 진료하느라 쉬질 못했습니다. 족히 800명은 진료한 것 같네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개인병원 원장은 26일 고됐던 '주말 노동'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늘이 잿빛으로 뒤덮였던 지난 주말 이 병원은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환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연신 콜록거렸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들이마셔 단순 기침이 폐렴으로 번지거나 피부염이 생겨 내원한 환자들도 다수 있었다.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 3명은 발 디딜 틈 없이 병원에 꽉 들어찬 환자를 진료하느라 진땀을 뺐다.
의료진은 평소 주말보다 70∼80명 더 많은, 하루 350∼400명을 치료했다.
호흡기가 약한 환자가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약해져 독감에 걸릴 수도 있고 주로 천식, 모세기관지염, 폐렴, 결막염, 피부염 등을 유발한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주말에 기승을 부린 탓에 병원도 덩달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며 "폐렴이나 독감으로 입원한 사람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탓에 주말 외출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김모(37)씨도 "주말 아침 창문을 열었는데 하늘이 뿌옇게 변해있었다"며 "날도 따듯했는데 세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꽃구경을 갈 수 없어 아내와 함께 집에 머물렀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말 내내 전북 지역을 덮친 고농도 미세먼지는 하늘을 잿빛으로 바꿔놓았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4∼25일 전북 지역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나쁨'(51∼100㎍/㎥)에 해당했다.
25일 오전 10시 기준 익산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145㎍/㎥까지 치솟았고, 24일 오후 11시 기준 완주군은 124㎍/㎥를 기록해 '매우 나쁨'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구원은 주말 이전에 국내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에 뒤섞여 농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26일 오전 11시 현재도 익산 78㎍/㎥, 전주 76㎍/㎥, 정읍·김제 54㎍/㎥, 완주 49㎍/㎥ 등을 기록해 일부 지역은 여전히 '나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이날 오후 들어 기세가 수그러들겠지만, 중국발 봄철 황사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연구원 측은 주시하고 있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오늘 오후를 차츰 호전돼 모레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하지만 앞으로 봄철 황사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 날씨를 잘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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