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빈곤 퇴치' 장담에도 중국 농민의 삶은 "고달파"
연 소득 수십만원 불과한 농민 '수두룩'…학자금 대려고 빚 얻는 농민 늘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허베이(河北) 성 시골 마을에 사는 15살 장(張) 양은 장 씨네 가족 네 식구의 희망이다.
옥수수 농사를 짓는 아버지 장 씨가 가끔 허드렛일을 해 수입을 보충하지만, 장 씨네 가족의 일 년 수입은 1천500위안(약 26만원)에 불과하다. 정신장애가 있는 장 양의 어머니와 오빠에게 주어지는 장애 수당 4천위안(약 68만원)을 합쳐도 일 년 수입은 고작 94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장 씨네 가족의 희망은 장 양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진학한 후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잘 아는 장 양은 책상도 없는 방안에서 의자를 책상 삼아 공부에 몰두한다.
다른 마을 사람들의 삶도 장 씨네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마을의 1인당 평균 연 소득은 3천 위안(약 51만원)가량으로, 정부의 공식 빈곤층 기준인 2천300위안(약 40만원)을 약간 넘는다.
이처럼 가난에 찌든 중국 농촌 마을의 모습은 중국 정부가 선전하는 '가난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중국 사회'의 모습과는 영 다른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보다 한발 앞서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빈곤 퇴치 운동으로 지난 5년간 6천800만 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으며, 현재 3천만 명인 빈곤층 중 올해 1천만 명 이상이 가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중국 농촌의 현실은 이와는 영 딴판이다.
장 씨네와 같은 마을에 사는 왕서밍(64) 씨는 아들의 대학 교육을 위해 빚을 얻어야만 했다. 옥수수 농사로 한 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1천500위안(약 26만원)에 불과하지만,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생활비로만 연 1만 위안(약 170만원)이 필요해서다.
그는 공식적으로 빈곤층에 속하지만, 그가 정부에서 받은 도움은 10㎏어치 쌀과 식용유 한 병에 불과했다.
같은 마을 주민인 장옌리(50) 씨의 빚은 무려 5만 위안(약 860만원)에 달한다. 수년 전 중풍으로 반신마비가 온 남편의 의료비와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서다.
장 씨의 남편은 정부에서 한해 2천 위안(약 34만원)의 장애 수당을 받지만, 이 돈으로는 그의 의료비조차 대기 힘들다.
그는 "정부의 장애 수당은 고맙지만, 우리가 이 힘든 삶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내 상태가 좋아져서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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