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상영 중단사태로 비화한 중국-베트남 영유권 분쟁
"남중국해서 떠나라" 중국영화에 베트남 영화팬 '발끈'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이 벌이는 영유권 분쟁의 여파로 최근 중국 영화 최대 흥행작이 베트남에서는 불과 1주일여 만에 상영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특수부대의 예멘 철수작전을 그린 영화 '홍해 작전'(紅海行動) 얘기다.
홍콩 람추인(林超賢)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중국이 2015년 내전이 발생한 예멘에 군함 3척을 보내 자국민 600명과 외국인 225명을 대피시킨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 말미에 잠깐 나오는 장면이었다.
중국 해군 함대가 남중국해에서 외국 함정을 쫓으며 "즉각 떠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26일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 영화가 베트남에서 개봉된 후 많은 영화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가 중국령이라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런 영화가 어떻게 당국의 심의를 통과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람객이 급격히 줄어 배급사 측은 결국 지난 25일 상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영화가 중국에서는 애국주의에 힘입어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와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등지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베트남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남중국해에 있는 '레드 엠퍼러' 유전의 시추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베트남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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