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철강 지키고 車 양보…한미FTA 사실상 타결
"가장 우려했던 부분 방어"…車 안전기준·픽업트럭 관세 요구 수용한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는 일단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와 무역법 232조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자세한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내 업계에서 가장 우려했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일찌감치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농업에 대해 "추가 개방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자동차 부품의 의무사용과 원산지 관련해서도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기존 62.5%에서 85%로)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했으며,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한 '트레이싱 리스트(tracing list)'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FTA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에 큰 피해가 우려됐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업계가 강점을 갖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지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현재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모델이 없기 때문에 이 요구는 정부가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관세 철폐한 것에 대해서는 후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한미FTA에서 내지 않기로 했던 관세를 다시 내는 일은 없다는 의미라고 산업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픽업트럭처럼 아직 철폐하지 않은 기존 관세의 양허 일정 조정은 가능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자동차가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천만 달러)의 72.6%(129억6천600만 달러)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지 않고서는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이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한 국내 환경·안전 기준 완화를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천대에서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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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구제 남용에 대한 안전장치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등이 반영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철강 관세 면제 협상에서 관세 유예 등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던 점에 비춰 미국의 수입규제에 대한 국내 업계의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우리 업계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는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공개돼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정부가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잘 방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은 협상 결과에 만족한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우리는 훌륭한 동맹과 훌륭한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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