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검토…스파이 독살시도 여파
"백악관 NSC가 트럼프에 제안"…국무부 "다양한 선택지 검토중"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정부가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제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CNN은 "전직 스파이와 그의 딸을 영국 영토에서 중독시킨 데 따른 조치로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라는 내용이 제안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러시아로 추방될 외교관들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지난 21일 백악관 고위급 회의에서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대책이 논의될 때 NSC가 다양한 선택지를 내놓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결국 회의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가로 추방하도록 제안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논란과 그에 따른 미국의 대러제재의 여파로 미국과 러시아는 작년에 외교관들을 맞추방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NSC의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조치는 다음 주 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미국 국무부가 스파이 독살사건과 관련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타스 인터뷰에서 "우리 동맹과의 연대를 증명하고 국제규범과 합의를 뚜렷하게 위반한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가 영국 내에서 저지른 충격적인 행동에 대응할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어떤 조처를 할지 오늘 당장 발표할 것은 없지만 우리가 조치를 취할 때 알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CNN에 따르면 국무부는 외교관 추방은 양국관계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교관 맞추방에 따라 미국, 러시아 양국에 있는 외교인력의 규모가 이미 상당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기로 한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일 영국 정부는 독살시도 사건의 책임을 물어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교환으로 풀려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에서 딸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는 전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소행이 아니라는 다른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영국을 지지해 함께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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