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컨트리' 미 중서부 농가에 부메랑(종합)
"중국, 대두·옥수수·밀까지 '트럼프 텃밭' 정조준"
"떨어지는 수출 경쟁력 직면하면 관세정책 인기 급락할 것"
(뉴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준서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관세 폭탄과 중국의 맞불 대응으로 미·중 무역전쟁 발발이 가시화한 가운데 향후 미국의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달아 나왔다.
특히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단단한 지지 기반이자 '트럼프 컨트리'(트럼프 지역)로 불리는 중서부 농업지대가 부메랑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은 대두(메주콩)만 놓고 봐도 전 세계 최대 수입국"이라며 "특히 미국 대두 산업의 최대 수출 지역"이라고 전했다.
대두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까지 미국 농업 전반이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야기할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크게 늘려와 미국 농업의 중국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육류 소비가 급증하자 미국산 사료를 대거 수입해왔다. 미국산 와인도 대중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캐나다와 더불어 미국산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의 핵심 텃밭으로 꼽힌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산물을 연결고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전했다.
옥수수와 밀, 콩 등을 대거 생산하는 중서부 농업주(farm states)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세계 옥수수의 36%, 대두의 35%가 각각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에릭 놀랜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어마어마한 농업 생산국"이라며 "중국은 농업과 맞물린 미국 정치 시스템의 취약한 부분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게 내가 당선된 이유, 아마도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을 불사한 관세 폭탄이 자신을 찍어준 유권자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실질적인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컨트리가 중국 측 보복 관세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미국 팜벨트(농업지대) 유권자들에 대해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미국 농가소득이 올해 6.7% 감소하면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될지 모른다는 농무부의 암울한 전망도 함께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제이크먼은 "농민들이 떨어지는 수출 경쟁력에 직면하게 되면 트럼프 관세 정책의 인기는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컨트리' 지역구의 의원들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 내 최대 대두 집산지인 아이오와 주의 척 그래즐리 의원은 중국 보복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고, 콜로라도 주의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우리 농민은 여기서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기를 원한다.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책임있게 행동하는 행정부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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