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유예로 한미FTA 중대 기로…자동차+α 내주나
"개정 압박 커질 것"…'對중국 무역전쟁 동참' 요구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철강 관세 면제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함께 '원샷 딜(일괄 타결)' 가능성이 제기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철강을 볼모로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막아내지 못할 경우 한미FTA에서 철강보다 더 큰 것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FTA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을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각)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한미FTA를 개정하는 절차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협상에서 한국산 철강 면제 여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한미FTA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미FTA에서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NAPHOTO path='PAP20180322003501003_P2.jpg' id='PAP20180322003501003' title=' ' caption='21일(현지시각)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발언중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AP=연합뉴스]' />
자동차는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천만 달러)의 72.6%(129억6천6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미국이 한미FTA 개정을 요구한 이유가 무역적자 해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를 건드리지 않고 미국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게 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은 안전기준 미충족 차량에 대한 2만5천대 수입 쿼터 확대,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 등 관세 양허 일정 조정, 원산지 기준 개정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철강 관세라는 급한 불을 끄려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전문가는 "일단 유예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미국이 4월까지 우리에게 빨리 대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협상에서 더 방어적인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FTA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51BB329C0014962D_P2.jpeg' id='PCM20180323004668044' title='철강관세 유예로 한미FTA 중대 기로…자동차+α 내주나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협상하면서 관세 면제 대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 철강과 알루미늄 대미 수출을 2017년도 수준으로 억제하고 ▲ 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 정책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철강 포럼에서 더 적극적이고 미국에 더 협조적일 것 ▲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데 공조할 것 ▲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의 경우 철강을 지렛대로 FTA 협상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게 미국의 목적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5가지 요구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5가지 요구를 수용할 경우 향후 중국과 통상마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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