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에 나타난 음식과 섭생의 문제…신간 '푸드 에콜로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과거 음식은 식욕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음식은 더는 배고픔을 해소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오염과 유전자조작 등의 문제가 대두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섭생'(攝生)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김원중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도 음식과 섭생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는 "먹는 행위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영양섭취가 아니라 문화적이고 영적인 행위인 동시에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푸드 에콜로지'(지오북 펴냄)에서 음식과 섭생의 문제를 천착한 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린다.
시인 백석과 미국의 시인이자 농부, 문화비평가인 웬델 베리의 작품에서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나눔의 의미, 즉 섭생의 공동체성이 드러난다.
백석은 110여 편의 시에 음식에 대한 언급이 150여 차례나 나올 정도로 음식에 관한 많은 시를 남겼다. 저자는 백석에게 음식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욕망의 대상이나 육체적 감각을 만족하게 하는 물질의 차원을 넘어 나와 타자를 연결하는 통로라고 설명한다. 특히 백석의 시 '국수'는 개인-가족-지역으로 확대되는 음식의 공동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웬델 베리의 시 '식후기도'(Prayer After Eating)에서는 섭생의 윤리학을 발견한다. '먹는 것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May I be worthy of my meat)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은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만큼 이를 인지하고 감사하면서 책임감 있게 먹어야 한다는 베리의 사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루스 오제키의 소설 '나의 고기의 해'(My Year of Meats)에서는 문화에 내재한 육식의 의미를 살핀다.
'채식주의자'는 고기의 섭취 여부를 두고 한 가족에게 일어난 문제를 통해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가 동물과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의 구조를 한강만의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밖에 게리 스나이더와 김지하의 작품, '잡식동물의 딜레마'로 유명한 마이클 폴란의 글 등을 분석한다.
일부 글들은 저자가 기존 학술지 등에 발표한 논문들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32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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