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9년만의 北복귀 가능할까…'비핵화' 합의에 달려
20여년간 '방북-추방-복귀-재추방' 반복…北복귀시 '사찰 범위'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4∼5월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상주 요원들이 9년 만에 북한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한 중인 테로 바리오란타 IAEA 안전조치 사무차장은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우리 정부와의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정치적 환경, 합의, 권한이 허락되는 대로 "북한에서 (비핵화) 감시·검증 활동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가 2008년 말 중단되면서 이듬해 IAEA 상주 감시 요원들이 북한을 떠났기에 새로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IAEA 요원들이 북한에 들어가게 된다면 9년 만의 복귀가 된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IAEA는 북핵 문제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북한은 1992년 IAEA와 원자력안전협정에 서명했지만 이후 1차 북핵위기 과정에서 영변 5MW 원자로 가동 이력 확인을 통해 핵물질 전용 여부를 검증하려는 IAEA의 활동을 차단함으로써 국제사회와 갈등을 겪었다.
북한은 1990년 한 차례 90g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보고했지만 IAEA 사찰팀은 첨단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1989·90·91년 등 세 번에 걸쳐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추출량도 훨씬 많다는 증거를 포착해 북한을 압박했다.
이후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원자로 및 관련 시설의 동결 상태를 감시할 IAEA 요원들을 받아들였지만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파문으로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진 후인 2002년 말 IAEA 요원들을 추방했다.
이후 북한은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조속한 시일 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IAEA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약속하고 2007년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를 담은 2·13 합의에서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의 폐쇄·봉인을 IAEA가 감시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IAEA 요원들은 추방된 지 4년 7개월만인 2007년 7월 다시 북한땅을 밟았다.
그러나 2008년 핵프로그램 신고 내용 검증을 위한 시료채취를 북한이 거부하는 가운데 검증 의정서 채택이 불발되고 6자회담이 좌초하자 이듬해 4월 IAEA 요원들은 다시 북한에서 쫓겨났다.
한 외교 전문가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깨려 할 때 유럽국가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수준의 핵합의라도 그 합의를 통해 IAEA의 감시를 유지하고 그것을 통해 파악해 내는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며 북핵 합의가 이뤄지고 IAEA가 북한으로 복귀한다면 비핵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AEA 요원들이 다시 북한에 들어가 감시 및 검증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남북, 북미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뒤 후속 협의 등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IAEA가 북한에서 활동을 재개할 경우 영변의 플루토늄 기반 핵시설의 가동중단만 검증했던 과거보다 대폭 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영변핵시설 단지 밖에 은밀히 조성된 우라늄농축시설과, 기보유한 핵무기 및 핵물질 등이 정확하게 신고되고 그것을 IAEA가 검증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향후 북핵 폐기의 구체적 내용을 다룰 협상에서 IAEA의 활동 범위를 둘러싼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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