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모텔 가자"…경기도 공공기관 성희롱·추행 '만연'
경기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 실태조사…여성근로자 중 54% 피해 경험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사회 각계각층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여성근로자의 반 이상이 성희롱이나 추행 등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공공기관노동조합 총연맹(이하 경공노총)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 R&DB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성폭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공노총은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경기도 내 7개 공공기관(한국도자재단,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 문화의전당, 경기문화재단, 경기연구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남녀 근로자 각각 350여 명씩, 7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 근로자의 54%가 성희롱이나 추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이, 또 젊은층일수록 피해 경험이 많았다.
가해자는 기관 내부 구성원은 물론 상급기관 관리자, 업무 관계자, 심지어는 도의원도 포함돼 있었다고 경공노총은 설명했다.
피해 사례별로 살펴보면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건배사나 낯 뜨거운 음담패설 등 일상적인 언어적 성희롱, 노래방에서 껴안거나 귀 만지기, 블루스 추기 강요하기까지 다양했다.
회식 중에 불러내 모텔로 끌고 가거나 따로 방에서 술을 먹자고 요구하고, 해외 출장 시 젊은 여직원의 방을 두들긴 사례도 확인됐다.
아울러 갑질과 관련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6%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선거캠프 및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채용, 예산 삭감 협박, 업체 선정 등의 부정 청탁과 같은 상급기관의 부당한 갑질 사례가 나왔다.
이기영 경공노총 의장은 "공공기관의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거나 2차 피해가 생길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공노총은 경기도 측에 경기도 노동자를 위한 인권조례 제정과 자정 노력 등을 요청하는 한편, 조사 결과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군에게 전달해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경공노총은 경기도 내 출자·출연 기관 및 공기업 중 노동조합이 있는 9개 기관이 연대한 협의체로 지난해 9월 출범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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