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국으로 기울라"…러시아, 집안 단속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밀착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가 집안 단속에 나섰다.
베트남은 지난 5일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의 다낭항 입항을 받아들였다.
다낭 항은 남중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마주 보는 곳이다.
항모전단에 이어 미국 핵추진 잠수함의 베트남 기항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베트남의 외교정책에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그러자 러시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칼빈슨 전단이 베트남을 떠나고 5일 뒤인 지난 15일 러시아 외교부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부터 이틀간 베트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정된 방문 첫날인 19일 오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예방을 불과 1시간가량 앞두고 라브로프 장관의 베트남 방문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베트남 외교부를 통해 알려졌다.
이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4년 장기집권을 확정하는 날이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라브로프 장관의 베트남 방문 일정이 22∼23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그러면서 라브로프 장관의 업무 스케쥴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일정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라브로프 장관이 국내 정치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하게 베트남 방문 일정을 잡았다가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베트남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라브로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기간(22∼24일)과 겹치는 것을 알면서도 22∼23일을 베트남 방문 일정으로 다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23일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양국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다.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로 있을 때인 1950년부터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러시아는 지금도 주요 군수물자 공급자이자 무역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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