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살린 베테랑의 힘…한유미 "오늘 지면 은퇴경기라 생각"
정규리그 단 6경기 출전…PO 2차전 깜짝 투입돼 10득점 활약
(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유미(36·현대건설)는 경기 내내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오랜만에 코트를 밟는 터라 실전 감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체력의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세트 도중 교체 투입된 한유미는 10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쳐 현대건설의 세트스코어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한유미는 한 차례 은퇴를 선언해 코트를 떠났다가 다시 복귀한 선수다.
최근에는 주로 교체 투입돼 코트를 밟았고, 이번 시즌에는 그마저도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선발로 출전한 레프트 고유민이 1세트에서 흔들리자 주저하지 않고 한유미를 투입했다.
이 선택은 현대건설의 반격을 이끈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감독은 "한유미가 베테랑답게 포스트시즌에서 잘했다. 투입할 거라고 미리 이야기해뒀다"며 "내일 회복훈련 이후 3차전에 선발로 기용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한유미는 "만약 오늘 지면 은퇴경기가 될 수 있었다. 저희끼리 '지더라도 1차전 같은 경기는 하자 말자'고 이야기했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코트를 밟았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걸 핑계로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연패에 빠진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과 1차전까지 내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2차전에는 아예 외국인 선수 소냐 미키스코바(등록명)를 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IBK기업은행을 잡았다.
한유미는 "전성기 기량 기준으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선수가 많다. 황연주나 양효진 모두 그런 선수다. 당장은 외인이 없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분명 제 몫을 해줄 거로 생각한다. 3차전에도 우리는 부담이 덜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감독이 3차전 역시 국내 선수로만 치를 거라고 공언한 상황이라 한유미의 출전이 유력하다.
변수는 한유미의 체력이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가운데 오랜만에 4세트를 소화해 체력이 바닥났다.
함께 인터뷰한 황연주는 옆에서 "2세트 막판부터 스파이크 때리고 나서 입술이 파래지더라. 모레 경기 나가려면 지금부터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해야 한다"고 농담 삼아 거들었다.
한유미는 "3차전 역시 IBK기업은행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우리는 부담 없이 하겠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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