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원칙론 'MB 영장' 결단…법무부는 검찰 판단에 맡겨(종합)
박상기 법무 "전직 대통령, 통상 불구속 바람직하나 검찰이 최종 판단하길"
文총장 "사안중대·증거인멸 우려" 강조…뇌물액·말맞추기 염려 고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정은 '사안을 원칙대로 처리하자'는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원칙론적 요소를 여타의 고려 사항보다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직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론하면서도 최종 판단을 검찰에 맡겼고, 문 총장은 영장청구가 불가피하다고 결심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연달아 구속된다는 부담과 상당한 수사가 이뤄져 불구속 상태로 수사·재판이 이뤄져도 된다는 일각의 의견은 결국 수용하지 않았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중간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문 총장은 지난 주말 동안 자료를 검토한 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크므로 구속수사가 타당하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충분히 검토하겠다'나 '숙고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거듭 밝혔던 문 총장은 '불구속 수사 및 재판으로 충분하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통상 수사원칙에 따라 구속 필요성으로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이 같은 판단을 보고받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박 장관은 가급적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다고 언급했지만, 최종 판단은 검찰에 맡기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전직 대통령의 범죄가 내란, 헌정질서 문란 등 소위 국사범의 경우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의 국격이나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불구속 수사·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및 국민 법감정 등도 함께 고려해 검찰에서 최종 판단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은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영장청구 여부를 정하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게 법무부 장관의 뜻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 법감정'까지 고려 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검찰총장과 주고받을 법리적 의견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선 수사팀에서 영장이 기각됐을 때 법감정을 거론하는 사례가 간간이 있지만 수사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도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종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대검은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총장의 결단에는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액만 110억원대에 달해 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죄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이 전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거나 말을 맞출 가능성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도 영장청구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서 '대북공작' 명목으로 받은 10만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돈도 대북공작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등 불법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여러 혐의의 전제가 되는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다스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해 구속영장 청구에 힘을 실었다고 평가한다.
또 구속기소 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은 16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문 총장에게 보고했다.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의 주요 진술과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각종 증거관계, 법리적 쟁점 등을 보고했고, 문 총장이 이를 주말 동안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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