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개인정보 불법활용"…트럼프 관련 데이터기업, 페북 퇴출(종합)
대선서 SNS 맞춤형 선거전략 제공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계정 중단
선거법 위반·위키리크스 접촉 등 각종 논란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김연숙 기자 = 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를 지원했던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계정을 17일(현지시간) 중지시켰다.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했다는 이유인데, AP통신은 이를 페이스북 사상 최대의 정보유출 사례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CA와 그 모회사인 '스트래티직 커뮤니케이션 랩'(SCL)의 페이스북 접근을 차단했다고 블로그에서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CA가 'thisisyourdigitallife'라는 성격검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하고 허가 없이 개인정보를 빼냈다고 밝혔다. 이 앱은 모두 27만여명이 내려받았다.
2015년 당시 CA는 관련 정보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페이스북은 최근 모든 정보가 삭제된 게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으며 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계정 차단 대상에는 이 앱을 개발한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알렉산더 코건 교수, CA를 설립해 2014년까지 몸담았던 크리스토퍼 와일도 포함됐다.
페이스북은 CA의 명성을 고려할 때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신뢰 위반 행위라며, 관련자들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CL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SCL은 성명을 통해 "해당 정보가 페이스북 정책을 위반해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모두 폐기했다"며 "미 대선에서 코건 교수가 수집한 정보는 활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CA는 2016년 미 대선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선거 마케팅을 활용해 명성을 얻은 기업이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분석, 맞춤형 선거전략을 개발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적극 활용해 효과를 봤고, 대선 본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CA를 고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가 CA에 자금을 지원했고,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븐 배넌도 이 회사의 이사를 지냈다.
이번 개인정보 불법활용이 아니더라도 CA는 이미 각종 의혹에 휩싸여있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은 이날 미 선거에 관여해온 이 회사가 애초 델라웨어에서 설립됐지만, 런던 소재의 SCL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고 캐나다 국적의 창립자 와일, 영국인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닉스를 비롯해 유럽인들이 경영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14년 미 중간선거에서 뛸 때도 외국 국적자가 관여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상은 2016년 대선에서도 반복됐다. CA는 대선에서 더 많은 미국인을 고용하긴 했지만, 데이터 과학자 대부분은 영국인 등 유럽 국적 소지자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AP는 영국 정부도 2016년 6월 국민투표와 관련해 이 회사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CA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닉스 CEO는 2016년 11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접근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클린턴의 삭제된 이메일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수사를 받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해 8월 CA에서 고문 역할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유죄답변거래' 등을 통해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CA의 개인정보 수집, 활용 문제는 향후 뮬러 특검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뮬러 특검이 CA에 트럼프 캠프 측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이메일을 넘기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