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이슬람은 독일 일부"…내무장관의 부정 발언에 반박
난민 문제 놓고 대연정 초반부터 삐걱…난민문제 주도권 잡기 경쟁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이슬람교와 독일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독일의 일부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전날 메르켈 4기 정부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부 장관이 "이슬람은 독일에 속하지 않는다"고 발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총선 후 171일 만에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슬람 난민 문제 등을 놓고 내각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400만 명의 이슬람교도들은 독일에 속한다. 그들의 종교 역시 독일에 속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가능한 긍정적으로 종교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메르켈 총리는 여러 차례 이슬람이 독일의 일부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지난 2015년 1월 아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슬람은 독일에 속한다는 명제에 대해 "나도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리아 등의 난민이 유럽에 대거 들어오며 '난민 대란'에 빠진 2015년 8월에도 이런 의사를 재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뿐만 아니라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 의장은 2006년 당시 메르켈 1기 정부 내무장관을 지낼 당시 "이슬람은 독일과 유럽의 일부"라고 말했다.
2010년 당시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도 이 같은 견해에 동조했다.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쐐기를 박은 것은 난민 정책에 대한 정부 내 주도권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연정의 한 축으로 난민에 대한 관대한 사회민주당이 제호퍼 장관의 발언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일찌감치 총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 대연정 내 균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2015년 가을 몰려든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한 메르켈 총리와 달리 제호퍼 장관은 엄격한 난민 정책을 주장해와 지난 정부에서 메르켈 총리와 충돌을 빚었다.
제호퍼 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기독사회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대연정 협상 과정에서도 기사당은 사회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한 연간 난민 유입 상한선을 주장해 끝내 관철해냈다.
나아가 제호퍼 장관은 장관 취임에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된 난민들을 상대로 추방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호퍼 장관의 이런 행보는 보수 성향의 기사당이 반(反)난민을 기치로 내걸어 제3당으로 부상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이동한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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