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준공된 삼성 반도체공장에 '정전 피해'?
사내 변압기 고장으로 28분간 멈춰…피해규모 최대 500억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최신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이 사내 변전소의 이상에 따른 정전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에서는 '삼성답지 않은 사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9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28분간 정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부 생산설비의 가동이 중단됐다.
정전이 되자 비상전원 시스템인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주요 생산설비를 돌렸지만 피해는 불가피했다.
업계에서는 최대 6만장의 웨이퍼가 정전사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6만장이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전부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 당시 어떤 공정에 있었는지에 따라 그대로 완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물량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를 최대 5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64단 V-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작년 9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삼성전자의 국내외 반도체 공장 중 가장 최신 설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상전원은 기본적으로 배터리 시스템인데 이걸로 모든 생산설비를 돌릴 수는 없다"며 "비상전원은 가동이 정지돼서는 안 되는 설비와 비상용 전등·엘리베이터, 공조설비 등 긴급 설비에만 전원을 공급하도록 설계된다"고 말했다.
결국 정전사고가 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준공된 지 반 년밖에 안 된 최신 공장에서 사내 변전소에 이상이 생겨 정전사고가 났다는 점을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에 이름값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내 변전소는 한국전력이 공급한 초고압(15만4천V)의 전력을 반도체 공장에 맞게 낮춰 공급하는 설비로, 삼성전자가 자체 운용한다.
앞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 규모 산정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거쳐 책임자 문책 등 인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재계에선 나온다.
이번 사고로 공급이 빡빡한 낸드플래시 시장에 공급이 더 줄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뛸 수도 있다.
평택 공장은 월 10만대 규모로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데 최대 6만장, 적어도 수만장이 생산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의 비상전원은 일차적으로 사고 때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조명을 확보하고 질식 등을 막기 위해 공조 시스템을 돌리는 게 목적"이라며 "비상전원으로 생산설비를 전면 가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100% 예측하고 대처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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