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알린 '한라산' 시집…복간 위해 온라인 펀딩
이산하 시인 제자들이 4·3 70주년 맞아 복간 프로젝트 나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군사정권의 탄압이 혹독했던 1980년대 제주 4·3항쟁을 세상에 알린 이산하 시인의 시집 '한라산'이 온라인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복간된다.
이산하 시인의 제자들이 꾸린 모임 '이산하의 친구들'은 절판된 시집 '한라산'을 복간하기 위해 페이스북 펀딩 페이지를 만들고 출판 비용 모금과 시집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은 1987년 3월 사회과학 무크지 '녹두서평'에 4.3 현장을 자세히 그린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했다. 당시 거센 민주화 운동으로 위기에 몰린 군사정권은 "4·3제주폭동을 민중혁명봉기로 미화하는 등 용공 활동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시인을 구속했다.
시인은 당시 공안검사였던 황교안 전 총리에 맞서 당당한 최후진술서를 쓰는 등 저항하다 옥고를 치렀다. 다행히 당시 정부가 '88서울올림픽'을 띄우기 위해 초청한 국제펜클럽 소속 유명 작가 수전 손탁의 국제 구명 운동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시 '한라산'은 당시 필사된 종이뭉치로 많은 이들에게 전달돼 읽히면서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과 함께 제주 4.3의 숨겨진 역사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 이후 시집으로 묶여 2003년 시학사에서 출간됐으나,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이산하의 친구들'은 "시집 '한라산'은 역사적으로 문학사적으로 다시 세상에서 읽혀야 할 귀중한 시집이기에 어려운 가운데 복간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인이 '한라산' 필화 사건 유죄 판결에 아직까지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집은 도서출판 '노마드북스'를 통해 이달 말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펀딩 참여자들에게 배부되는 시집에는 시인의 친필 사인과 함께 국새 장인인 한상대 씨가 제작한 시인의 낙관과 서예가 이두희 씨가 새긴 시인의 얼굴 낙관이 나란히 찍힌다. 또 기념품으로 '山河(산하), 이산하'로 이름 붙인 수제 노트 500권이 한정판으로 제작돼 증정된다.
다음달 6일에는 CY씨어터(홍대입구 가톨릭회관 지하)에서 출판 기념을 겸한 북콘서트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한라산' 복간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leesanhafriends)에서 확인하면 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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