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째 임금체불·희망도 안 보이는 금호타이어 가족들
"아이들 학원도 끊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노조도 책임 있지만 전 경영진 사과 듣고 싶어요…정부·청와대도 관심을"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석 달째 월급·상여금도 못 받아 아이들 학원 2곳을 끊었습니다. 우리 회사 앞날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홑벌이인 남편이 월급을 못 받아 빚을 내 생활비로 충당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회사 존폐 기로에 놓인 금호타이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체불된 월급을 지난달 뒤늦게 받았을 뿐 1월 월급·상여금, 2월 월급, 설 상여금, 3월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는 27일 월급날이지만, 풍전등화에 놓인 회사의 처지를 생각하면 악다구니를 쓰며 월급을 마냥 요구할 수도 없다.
매일 출근해 땀 흘려 일하지만, 석 달째 월급과 상여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20년째 금호타이어를 다니는 A(40대)씨는 15일 "월급이 나오지 않아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2명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생활비를 벌려고 전업주부인 아내가 식당일을 하려고도 생각해봤으나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그마저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18평 아파트에 사는 40대 A씨는 "올해 안에 큰 평수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포기했다"며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20대부터 회사에 청춘을 받친 50대 B씨는 "대학생 아들, 딸 용돈을 제대로 못 주고 있다"며 "부었던 적금을 깨서 생활비에 보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B씨는 지난 2015년 39일 파업을 할 때 월급을 못 받아 부업으로 조그마한 대리운전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촌 동생 부부가 금호타이어에 다니고 있다'는 은행원 C씨는 "가족 모임에서 동생 부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라며 "사촌 동생은 이직을 고민할 정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매각, 법정관리 등 흉흉한 얘기들만 나오고 있어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A씨는 "체불도 체불이지만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 암울하다"며 "회사가 중국 업체에 넘어가면 고용보장은 말뿐이고 경영상태가 안 좋아서 대량해고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B씨는 "회사 구성원인 노조도 책임이 없다고 말 못 하지만, 회사가 이 지경에 놓일 때까지 경영을 잘못한 전 경영진은 사과 한마디 없다"며 "정부와 청와대는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 좀 해달라"고 말했다.
근로자와 가족뿐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190여 협력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했고 대금 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노조와 채권단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줄 것을 촉구했다.
금호타이어는 15∼16일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근로자와 가족들을 상대로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한 협력을 당부한다.
백훈선 노사협력담당 상무는 "채권단이 예고한 시한은 다가오고 전 구성원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전혀 찾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라며 "법정관리의 위기와 장기간의 경영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대로 갈등만 거듭하다가는 법정관리와 관계없이 회사가 고사(枯死)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직원은 2천명, 곡성공장 직원은 1천900명이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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