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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우리동네] 율무의 고장 경기도 연천
80년대 중반 고소득 작물로 재배…전국 1위 주산지로
천연기념물 두루미·재두루미 율무 낙곡 먹고 겨울 보내



(연천=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경기도 최북단 접경지 연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율무의 고장이다.
국내 생산량의 70%가량을 차지할 만큼 율무가 많이 재배되기 때문이다. 여름철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 율무밭은 연천의 색다른 풍경 중 하나다.
아열대 작물인 율무는 원산지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최북단 가장 추운 곳에서 율무가 많이 재배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다.
율무는 과거에는 구황작물로 재배됐으나 현재는 약재, 화장품 원료, 음료인 차 등의 용도로 소비된다.


◇ 1980년대 연천서 재배 시작…전국 생산량 1위
연천에서 율무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하기는 30∼40년 전이다.
윤대흥(72) 연천군율무연구회장이 종자를 가져와 확산시킨 것이 계기가 돼 전국 제1의 주산지가 됐다고 한다.
콩과 윤작하는 율무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적응하는 작물이다. 연천은 척박한 산간 비탈밭이 많아 율무 재배가 급속히 늘었다.
4월에 파종해 10월에 거둔다. 밭에 심으면 330㎡당 150㎏ 안팎, 논에 심으면 250∼300㎏ 정도 수확이 나온다.
율무 외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해서 파종이 끝나면 손길이 많이 가지 않는다.
한때 율무는 쌀과 비교해 4∼5배 비싼 고수익 작물로 평가됐다. 2007년에는 생산량이 3천t까지 늘어나는 율무가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됐다.
연천에서 생산된 율무는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큰 일교차 때문에 열매가 충실해 맛이 좋아서다.
그러나 재배 급속히 늘어날 시기에 '정력에 좋지 않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소비가 줄었다. 값싼 중국산까지 대량으로 들어와 타격을 입었다.
그 바람에 생산량은 1천500∼2천t 수준으로 감소했다.
재배 증가와 함께 재고가 쌓여 가격이 하락한 것도 생산량이 줄어든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봄철 가뭄이 반복되며 생산량이 감소했다. 율무는 가뭄에 민감하다.
윤 회장은 "10년 전 껍질을 까지 않은 피율무 1㎏당 수매가격이 3천∼4천원이었는데 지금도 같은 가격"이라며 "쌀보다 비싸 고소득 작물로 평가됐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연천의 율무 생산량은 2015년 1천800t(재배면적 1천200㏊), 2016년 1천200t(800㏊), 지난해 1천700t(1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는 타 지역에서도 재배가 이뤄져 연천군이 국내 생산 율무의 60%를, 그 외 지역이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몸에 좋은 율무 홍보 부족 등으로 소비 위축
과거 율무는 의이인(薏苡仁) 또는 율무쌀이라 해서 율무죽, 율무차 등으로 만들어 허약 체질에 보양식품으로 식용하거나 생약으로 사용했다.
율무는 전분이 많고 단백질이 풍부한 곡식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철분 등 무기질, 비타민 등 몸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많이 함유한다.
율무는 알곡 형태로 쌀과 섞어 먹거나 가루를 내어 먹는 차와 선식, 화장품의 미백 재료, 약재 등으로 소비된다.
밥의 경우 하루 정도 불린 뒤 쌀과 섞어 밥을 해야 하는 등 불편하고 콩이나 다른 잡곡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가 줄었다. 율무 알곡 1㎏의 소비자 가격은 1만원 선이다.
율무는 조선시대 의학서인 '향약집성방'이나 '동의보감' 등에 언급될 정도로 한약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한의학적으로 율무는 해열, 진정, 진통, 항암, 이뇨작용에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절세미인 양귀비가 미모를 가꾸는 데 율무 기름을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등 피부미용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과다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어 차로 즐겨 마신다.
그동안 율무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은 그 효능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천군농업기술센터는 한때 소비촉진 방안으로 율무 가공식품과 공예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연천군농업기술센터는 다양한 식생활에 율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율무국수, 율무강정, 율무식혜, 율무빈대떡, 율무막걸리와 민속주 등 율무를 재료로 한 가공식품을 내놓았다.
또 율무 종피가 단단한 점에 착안해 천연재료로 주황색,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등으로 염색해 목걸이, 귀고리, 팔찌, 휴대전화 고리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공예품은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재배 농가들끼리 씨앗을 구해 심어야 하는 등 종자 보급이 안 된 것도 생산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현재도 정확한 생산량을 파악하기 어렵다.
연천군 관계자는 "율무가 몸에 좋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를 늘려야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겨울 진객' 두루미·재두루미 주요 먹이
율무는 해마다 겨울이면 연천을 찾는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와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먹이 중 하나다.
민통선 내 군남홍수조절지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주요 서식지로, 매년 수백 마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임진강 외에 청정지역에서 자란 율무 낙곡을 먹이로 삼을 수 있어 이곳을 겨울 서식지로 삼았다.
겨울이면 율무밭에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은 연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농가의 소득 저하로 율무 재배가 줄면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서식환경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010년 7월 군남홍수조절댐이 건설되며 임진강 상류 서식지 변화로 한때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 수가 크게 준 바 있다.
율무밭이 줄면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또 위기를 겪게 된다.
연천군 관계자는 "율무밭마저 줄면 연천을 찾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며 "율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홍보 등을 통해 환경을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율무가 농가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wysh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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