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극우-반체제 결합 현실로?…동맹 대표 '오성운동과 연대 가능'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민주당 지지 얻어 우파 소수정부 구성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한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가 총선의최대 승자로 꼽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손잡고 정부를 구성하는것이 가능하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EU에 회의적이고, 난민에 적대적이며, 재정 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서방과 긴장관계인 러시아에 우호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극우 세력과 포퓰리즘 세력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EU나 시장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살비니 대표는 14일 로마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향후 몇 주 동안 정부 구성을 모색하려 한다. 아마 여러분들은 수 주 동안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총선 패배자인 민주당은 우리가 주도하는 정부에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발언이 오성운동과도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동맹이 중심축이 된 우파연합은 총선에서 약 37%의 표를 얻어 최대 의석을 확보했으나, 과반 의석에 미달함에 따라 자력으로는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처지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32%를 웃도는득표율로 이탈리아 개별 정당 중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으나, 역시 집권을 위해서는 다른 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당초 우파연합, 오성운동 양측 모두 연정의 우선 상대로 염두에 뒀던 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해, 정부 구성을 위한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살비니 대표는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성운동과의 연정이 현실화되려면 오성운동이 연정 첫해 공통의 의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차기 정부가 집권 첫해에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오성운동과 특정 사안 별로, 월 단위로 합의를 할 수 있다면 (연대가)안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살비니 대표는 또, "이름이나 자리에 대해 양보할 수 없는 사전 금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오성운동과의 협상 경과에 따라 자신이 꼭 총리직을 고집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동맹은 이번 총선에서 약 18%를 득표, 25년 동안 우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득표율 약 14%)를 따돌리고 우파연합 내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이 덕분에 우파연합이 연정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살비니가 총리 후보로 나서게 된다.
하지만, 오성운동을 검증이 되지 않은 위험한 집단으로 여기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열린 FI 의원 당선자 회동에서 "개별 정책에 대해 민주당의 지지를 구한 뒤 중도우파 중심의 소수 정부를 꾸리길 원한다"고 말해, 살비니 대표와는 완전히 다른 구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우파연합 내부에서조차 정부 구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총선 직후에는 "정책을 중심으로 어떤 진영과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나, 13일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는 "극단주의적 정당과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말해 동맹과의 연대는 배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은 밀라노의 한 기업 연합회 행사에 참석, "정부 구성을 위해 누구와 협상을 하느냐에 앞서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책을 중심으로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또 독일이 작년 9월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정부를 출범시킨 사실을 지적하며 "이탈리아가 독일보다는 빨리 정부를 꾸릴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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