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사육 중단까지 했는데…" AI 검출에 충북도 허탈
오리농가 70% 휴지기제 시행 불구 발생…"확산 방지 효과 거둘 것"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 음성군의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H5형 AI 항원이 검출되자 이번 겨울에 오리사육을 중단하는 휴지기제 도입이라는 초강수까지 빼들며 AI 차단에 나섰던 충북도 방역 당국은 허탈한 표정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반드시 AI를 막겠다는 각오로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도입했는데, 겨울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AI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간 겨울철마다 AI로 홍역을 치르며 2016년 오리와 닭 392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재앙을 경험한 충북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리사육 휴지기제라는 초강경 대책을 마련했다.
AI가 급속하게 번지는 겨울철에 농가에 보상금을 주고 AI 확산 주범으로 꼽히는 오리사육을 전면 중단토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두 차례 이상 AI가 발생한 농가와 반경 500m에 있는 농가, 시설이 열악해 AI 감염 위험이 있는 86개 농가가 휴지기제 도입에 따라 이번 겨울 오리 사육을 중단했다.
도내에서 사육되던 오리사육 농가의 70%를 웃도는 규모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해 11월 전북 고창의 육용 오리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AI가 경기도 포천까지 북상했으나 충북에서는 별다른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휴지기제가 성공을 거뒀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겨울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AI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AI는 한 곳에서 발생하면 인근 지역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그러나 이번 AI는 기존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도가 애초 2월 말로 계획했던 휴지기제를 3월 말로 한 달 연장하면서 오리 사육농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AI가 발생한 농장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휴지기 대상 농가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발생농가 반경 500m에는 가금류 농가가 없고, 반경 3㎞에는 메추리 사육농가 1곳만 있다. 도는 메추리 농장의 2만여 마리의 메추리를 예방적 살처분을 할 예정이다.
반경 10㎞에도 닭 사육농가가 26곳이 있지만, 오리 사육농가는 3곳에 불과하다.
도 관계자는 "AI 발생을 막겠다는 휴지기제의 1차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AI 발생에 따라 인근 지역 농장으로 광범위하게 번지는 상황을 막는다는 2차 목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발생한 농가는 애초 도가 정한 휴지기 대상 농가는 아니었다"며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이 농가의 감염 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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