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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 향한 '어리석은 편견'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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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 향한 '어리석은 편견' 버려라"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5주년 앞두고 옹호 편지 보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스스로 퇴위를 선택한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90)가 즉위 5주년을 맞은 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81)을 보수파의 비난에서 옹호하고 나섰다.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을 주제로 교황청이 발간한 서적을 소개한 지난 12일 행사에 서한을 보내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오한 철학적, 신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학적인 깊이를 결여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리석은 편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어 "우리 둘의 스타일과 성격이 비록 다를지라도, 이 책을 통해 나의 재위 시절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대 사이에 내적인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아울러 "나 자신은 오늘 날 기독교인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신학 이론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의 이 같은 발언은 가톨릭 보수주의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순한 화법과 문체를 문제삼으며, 그가 신학적으로 깊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교황청 보수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학과 교리에 해박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하거나, 세속적 방식으로 재혼한 가톨릭 신자들에게까지 성체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동성애 등에 대해서도 너무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등 가톨릭 교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교리보다는 자비를 강조하며, 배타적인 교회가 아닌 더 넓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 도덕적 이슈보다는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난민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불만을 표출해왔다.
2016년에는 추기경 4명이 이혼한 사람들과 세속적 방식으로 재혼한 사람들 역시 각 교구 사제의 재량에 따라 성체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교황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교황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 대답을 압박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교황청 내 보수파 상당수가 여전히 "우리의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서 이뤄진 베네딕토 16세의 프란치스코 교황 옹호 발언은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운 예수회 신부인 안토니오 스파다로는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난할 때 자신의 이름을 동원하는 보수파들로부터 품격있으면서도 단호하게 거리를 두고자 한 것"이라며 "그는 '내 이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부패 추문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2013년 2월, 고령을 이유로 퇴위를 전격 선언, 교황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약 600년 만에 재임 중 자리에서 물러나는 교황이 됐다.
이후 2013년 3월13일 아르헨티나 태생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역사상 첫 중남미 출신 교황으로 선출돼 그의 뒤를 잇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현재 교황청 내부에 있는 작은 수도원에서 기도와 명상 등으로 소일하며,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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