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스 상무장관이 EU와 관세면제 논의할것"…외교전 가열
금주 미-유럽 접촉 가능성…트럼프 "유럽 무역장벽, 공정하지 않아" 견제구
캐나다도 미국과 잇단 고위급 접촉…미 상원서 '관세 무효화' 법안도 발의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해당 관세 면제를 위한 각국 외교전에 불이 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이 조치를 일시 유예하기로 하면서 다른 나라들에도 추가 면제 협상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곧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를 통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EU가 미국을 상대로 사용하는 커다란 관세와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에 관해 EU 대표들과 대화할 것"이라면서 "(유럽의 조치는) 우리 농부와 제조업자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로스 장관을 협상 대표로 내세워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면제를 대가로 현재 유럽이 미국에 적용하는 각종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긴밀히 협력해 어떤 나라를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면제해줄지에 관한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면제 절차와 기준은 1주일 안에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아직 공식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주 안에 관세 문제를 놓고 워싱턴과 접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대연정 협약 서명식에서 "무역에 대한 의견 차이는 공정하건 그렇지 않건 일방적 행동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며 EU 집행위와 미국 간의 대화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시 유예의 혜택을 받은 캐나다도 미국과 잇따라 접촉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13일 로스 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 상·하원 의원들을 두루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북미 제조업 활력을 보장하고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을 서둘러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 워싱턴을 방문해 국가 예외를 적용받기 위한 막판 설득전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관세 면제를 위한 대화 노력과 별도로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럽 철강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미국-유럽 간 무역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미국의 관세 조치에 유럽이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 관세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사례를 골라 인용하고 있다며 평균적인 유럽 수입관세(3.0%)와 미국 수입관세(2.4%) 사이에는 차이가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관세 부과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이 유럽으로 쇄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에 대한 총 28억 유로(약 3조6천800억 원) 규모의 보복 관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에서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성향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이날 관세 부과 명령을 무효화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이 행정부가 경제 재앙을 자초할 때 우리가 의회에서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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