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스파이 암살시도' 독성물질은 러시아제…英 조사 신뢰"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에 러시아 정부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미국 정부가 신뢰를 표시하며 동조했다.
12일(현지시간) AP와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전용기에서 영국 스파이 사건에 사용된 독성물질은 "분명히 러시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알려진 이 물질은 널리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보유한 물질"이라며 러시아를 배후로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와 그의 딸이 영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사건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다음 나왔다.
메이 총리는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 정부는 영국의 이번 조사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가 행위자가 그런 위험 물질을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외국의 공공장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한 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독살 명령을 내린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하자는 데 메이 총리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 정부가 영국에서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가 이뤄질 당시 군사용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지금 시점에선 모른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런 발언을 하기 전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해당 사건 조사 내용을 논의한 뒤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영국 정보기관 MI6에 협력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33)이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의문의 독성물질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스크리팔 부녀뿐만 아니라 경찰관 1명과 인근 시민 18명 등 영국민 19명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치료를 받고 있다. 스크리팔 부녀는 위독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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