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 보고할 정부 개헌안 확정…무엇이 담겼나
헌법에 '수도조항' 신설…'행정수도' 재추진 길 열려
4년 연임제 채택…野반대 심해 실제 발의안에 포함될지 미지수
5·18 등 4·19 이후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에 담겨
지방자치·지방분권 대폭 강화…문 대통령 의중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고한다.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5·18 민주화운동 등의 헌법 전문(前文) 포함, 사법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쟁점은 1·2·3안으로 복수의 안으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자문위가 보고한 초안을 토대로 국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현실적'인 개헌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절차를 고려해 6·13 지방선거 투표일로부터 역산하면 문 대통령은 늦어도 이달 21일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 헌법전문에 5·18 등 포함…'촛불'은 빠져
현행 헌법전문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건으로 '3·1운동'과 '4·19 민주이념'만 명시돼 있다.
이에 4·19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발생한 5·18 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도 헌법전문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문특위는 논의 결과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의 정신 등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세 가지 민주화운동 모두 헌법전문에 담기로 했다.
여기에는 5·18, 부마항쟁, 6·10 등은 발생한 지 30년 이상 지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역사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촛불혁명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시민혁명의 성격이 분명히 내포돼 있으나, 현재 시점과 지나치게 가까워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전문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정부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애초 자문위는 4년 '중임(重任)제'를 고려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4년 '연임(連任)제'로 선회했다.
중임제를 채택할 경우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으나, 연임제에선 오직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즉,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또 현행 헌법 10장 128조 2항에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된 조항은 개정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개헌안이 통과돼 정부형태가 4년 연임제로 변경되더라도 문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이 궐위 중이던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부칙 조항을 삽입하는 대신 현행 헌법 128조 2항을 삭제하고,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단일개헌안을 논의한 바 있다.
만일 이 안이 19대 대선 전 국회를 통과했다면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19대 대통령 당선인은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만 수행하는 대신 20대 대선에 출마가 가능했다.
또 20대 대통령부터는 4년 중임제가 적용돼 21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가 가능해 이론상으로는 최장 11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일단 개헌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가 포함됐으나, 문 대통령이 최종 정부 개헌안에 정부형태를 개정하는 내용을 담을지는 미지수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가장 첨예하게 반대하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발의안에서는 정부형태 개정과 관련한 내용은 삭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우리의 정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국민 공감대가 높고 현실적인 개헌안을 준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과반수 등 '일정 득표율 이상'이 당선조건일 때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을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결선투표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이에 국민적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자문특위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인위적 후보단일화를 방지함으로써 선거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충실히 보장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 수도조항 신설…관습헌법에 발목 잡혔던 '행정수도' 실현되나
현행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은 존재하지만,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은 없다.
다만, 행정수도 지정을 둘러싼 헌법재판 과정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2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기 위해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나,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헌법에 명문화되지 않은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헌법에 새로운 수도조항을 신설해야만 실효(失效)되며, 수도이전은 법률이 아닌 헌법개정 사항이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18C4C14A0007D657_P2.jpeg' id='PCM20180312000225044' title='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부 개헌 자문안 초안 (PG)' caption='[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사진합성' />
따라서 헌법에 수도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개헌을 통해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효력을 잃고 법률로 행정수도 또는 경제수도 등을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 등 지방 자치·분권 강화
개헌 초안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대폭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 "개헌을 통해서 지방분권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언제 해도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며 "지방분권 확대를 위한 개헌은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초안에는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는 지방분권에는 찬성하지만, 지방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고 자의적 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현실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정례회의를 뜻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를 만드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이른바 '국가원수' 조항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 66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는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조항은 유신헌법의 잔재로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 위에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자문특위는 판단했다.
◇ 사법민주주의 확대
초안에는 사법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현행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변되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헌법에 사법민주주의를 천명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초안에는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을 축소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국민참여재판 등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법에 마련하고,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에서 확대하는 방안, 검사가 독점한 영장청구권을 다양화하는 방안 등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