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성들 "남성과 똑같은 상속권 달라" 시위
이슬람 율법 영향으로 남성 상속액이 훨씬 더 많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랍의 봄' 진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여성의 상속권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니지 여성 1천여 명은 10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남녀의 똑같은 상속권을 주장하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거리로 나선 여성들은 국회의사당 쪽으로 행진했고 "평등한 상속권은 특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남성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튀니지는 다른 중동의 이슬람 국가와 비교하면 여성 권리를 위해 많이 노력하는 국가지만 아들과 딸의 상속권이 같지 않다.
튀니지 상속법은 남성이 여성의 두 배 되는 금액을 상속받게 하는 이슬람 율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해 상속권을 포함해 모든 영역에서 개인의 평등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반면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런 남녀평등 조치들이 이슬람 규율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카우테르 브릴라는 "튀니지 여성들이 다른 아랍권과 비교하면 많은 권리를 가진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유럽 여성들과 비교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튀니지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독재자인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몰아냈고, 유사한 반정부 시위는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으로 퍼졌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국가 중에서 성공적으로 민주정부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물가 급등 등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국민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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