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원 4인 선거구, 원안보다 대폭 축소된 7곳
서울시 선거구획정위, 4인 선거구 35곳→7곳으로 결정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의원 4인 선거구를 7곳으로 정한 획정안을 내놨다.
획정위가 지난해 11월 내놨던 초안에선 4인 선거구가 35곳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적극 반대하자 최종안에선 4인 선거구가 7곳으로 크게 축소됐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구의원 선거구 수를 기존 159개에서 151개로 축소한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했다.
2인 선거구 91개(60%), 3인 선거구 53개(35%), 4인 선거구 7개(4.6%)다. 4인 선거구가 도입되는 구는 동대문(1개), 은평(1개), 강서(1개), 강남(2개), 강동(2개) 등 5개구다.
구의원 총 정원은 419명에서 423명으로 4명 늘었다. 지역구 369명, 비례 대표 54명이다.
획정위는 당초 2인 선거구를 기존 111개(70%)에서 36개(23%)로 대폭 줄이고, 3인 선거구를 48개(30%)에서 51개(32%)로 늘리자는 안을 내놨었다. 단 한 곳도 없는 4인 선거구는 35개(22%)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종안에선 4인 선거구가 초안보다 28개 줄어들고, 2인 선거구는 55개 늘어났다.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하겠다던 획정위의 초반 의지가 크게 후퇴한 셈이다. 민주당·한국당의 거센 반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의원 한 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자치구·시·군의회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한 선거구에서 1등뿐만 아니라 2∼4등까지 당선되도록 해 다양한 세력의 진입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였으나 실제 선거구는 2인 위주로 획정됐다.
그 결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 소속이 아닌 구의원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무소속 3명과 노동당 1명 등 총 4명에 그쳤다. 구의원 22명은 무투표로 당선됐다.
획정위는 유력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를 깨보겠다며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초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자 한국당 시의원들은 4인 선거구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민주당 서울시당은 반대 서한을 획정위에 전달하는 등 양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2014년 지방선거 때 4인 선거구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4인 선거구는 서울보다 다른 시·도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경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4인 선거구를 14곳(16.7%)으로 정했다. 부산시의 구의원 4인 선거구는 7곳(11.7%), 인천시는 4곳(10.8%)으로 서울시보다 같거나 적지만 전체 선거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4인 선거구 확대를 지지했던 정의당·녹색당 등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는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서울시 획정위가 자신들이 만들었던 개혁적 획정안을 폐기처분 했다"며 "지방자치 본격화 후 수십 년 동안 거대양당이 독점적으로 지배하면서 국민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기초의회를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서울시 획정위의 개혁적 초안을 보고 다른 지역 선거구 획정위도 4인 선거구를 확대하는 안을 속속 내놨는데, 정작 서울시가 발을 뺀 꼴"이라고 말했다.
획정위가 마련한 최종안은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어야 시행된다. 시의회는 21일까지 구의원 선거구획정 관련 조례 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시의회 의결 과정에서 7개로 축소된 4인 선거구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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